[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천채 이세돌 9단에 최종 승리를 거머지면서 인공지능에 의한 자산관리인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도입에 반신반의했던 은행과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금융시장에 인공지능 바람이 거세다.

내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로봇 대 로봇 그리고 로봇과 인간 간 수익률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알파고 바람타고 로보어드바이저 ISA 핵심으로=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 승을 거둔 이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지난 1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은 대국 이후 문의가 크게 늘었다.

장두영 쿼터백투자자문 부대표는 “문의 자체는 몇 배라고 말할수 없을 정도로 급증했다”면서 “단순 문의에서 상품추천과 수익률 등 구체적인 문의로 바뀌었다는 점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장 부대표는 “현재 몇몇 금융사와 제휴관계 확대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일임형 ISA안에 로보 어드바이저가 취급하는 상품을 담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ISA 핵심전략도 로보어드바이저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Cyber) PB’ 테스트버전을 오픈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대국을 거치면서 서비스에 대한 문의나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무료일 뿐만 아니라 10분만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상품가입 서버가 분산돼 있어 가입절차가 복잡하지만 테스트를 통해 개선사항을 반영,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ISA출시 첫날(14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테스트버전을 출시하며 초반 기세 잡기에 나선다. 저축은행 예ㆍ적금 편입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1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신한은행도 내달 펀드상품 추천이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QV로보어카운트’를 내놓은 NH투자증권은 검토를 끝내고 4월 중 상품과 연계시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의 기호에 따라 종목 추천 등을 해 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 형태다. 일임형 ISA 고객 공략의 선방에 세운다는 전략이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현재 전산과 보안을 막바지 점검 중에 있다”며 “지금은 코덱스(KODEX)200 등 ETF 투자를 실행하고 있지만 조만간 펀드 투자도 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동부증권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인간 VS. 컴퓨터… 관건은 수익률=도입 초기인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공은 수익률에 달려있다. 얼마만큼 인간의 자산관리능력보다 정확하고 높은 수익률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흥망여부가 갈리게 된다.

일단 초기 경쟁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보 어드바이저를 이용해 운용 중인 금융 투자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평균 2~3% 수준이다.

국내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지난 1개월, 3개월 수익률이 각각 0.25%, 0.47%인 것과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낸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고객자금을 운용 중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쿼터백투자자문과 밸류시스템투자자문 2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선보인 쿼터백투자자문이 운용하고 있는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약 2.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약 두 달간 운용한 결과, 한 달 이상 투자한 계좌의 수익률 평균치다.

이달 들어 고객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한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의 평균 수익률도 약 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아직 운용한지 한 달이 체 되지 않았지만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간 테스트 운용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3%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운용 기간이 짧은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문투자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주가가 하락세일때 강세를 보인다”면서 “아직 주식시장의 다양한 상황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위기 등을 겪은 적이 없는 등 트랙 레코드가 쌓이지 않았다”라며 “최소 1년, 3년, 5년 이상 데이터가 쌓여야 신뢰성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접근성의 차이도 있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투자자문은 받을 수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에 직접 매수나 매도를 맡길 순 없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일임형 상품 계약을 맺으려면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을 통해 대면 계약을 맺어야 한다.

현행 규정상 비대면, 즉 온라인 일임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간의 자산관리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고객과 마주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추천상품보다 자신들의 추천상품을 권하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