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갖은 막말과 기행으로 잡음을 일으키면서도 인기를 유지하자, 중국 관영 언론이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일견 ‘트럼프 돌풍’에 우려를 표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과장해 체제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는 지난 14일 사설에서 “입이 싸고, 대놓고 막말을 하는 인종주의자 트럼프가 떠오르면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며 서구 언론이 그를 무솔리니나 히틀러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의 이런 강한 비판에 대해, CNN은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막말을 쏟아낸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출마선언문에서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했고, 이후 계속해서 중국이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인기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환구시보가 ‘트럼프 돌풍’을 서구식 민주주의 실패의 상징으로 부각시켜, 1당 독재의 중국 통치 모델이 더 우월하다는 점을 주장하려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는 인민의 지배가 혼란과 파괴로 가는 확실한 길임을 확신시켜주려는 공산당에게 일종의 선물”이라며 “트럼프의 인기가 가져올 잠재적인 혼란을 지체없이 과장하고 나섰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환구시보는 중국어 판 사설에서 최근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있었던 폭력 사태를 놓고 “민주적 선거 시스템이 가장 발전하고 성숙한 나라 중 하나”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또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점은 서구 민주주의에 엄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소위 민족주의와 폭압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서구 민주주의에까지 칼을 겨눈 것이다.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민주주의 운동가 저우 펑수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에게) 트럼프는 ‘그런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의 결함을 보여줄 좋은 캐릭터다”라고 주장했다.

또 닉 비슬리 라 트로브 아시아의 국제 관계학 교수는 “(트럼프는) 자본주의자의 끝팡왕 캐릭터의 전형적인 면을 십분 발휘했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해 주장해 온 매시지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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