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주요 선진 은행들은 높은 연봉구조를 자랑하지만, 명확하고 체계적인 평가 기반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회사들과 차이를 보인다.
이들 선진 금융사들은 1980년대 글로벌 대형 은행 간의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그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주먹구구식 승진 인사나 단순 하향식 평가를 지양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다양성을 극대화하며 경쟁에 기반한 급여 체계를 완성해 왔던 것.
생산성과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글로벌 선도 은행 인사운영 방식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대부분 전문 직군제를 운영하고 있다.
소매금융, 투자금융, 자산관리 등 20개 이상의 직군으로 나누고 각 직군마다 채용, 평가, 보상에 이르는 인사 체계를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다.
직군별로 인건비를 차등화해 동일한 직급이라도 직군별로 봉급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전문 인력 채용에 전체 인건비 축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국내 은행들이 본점에 전체 직원들을 채용ㆍ평가하는 종합 인사부서를 둔 것과 달리 사업 조직마다 인사 부서를 배치했다.
기능별, 사업분야별로 최적화된 인사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투명한 능력기반 평가와 보상도 글로벌 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성과주의의 주요 특성 중 하나다.
성과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 즉 역량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 방법도 360도 다면평가가 대부분이다.
상사가 직원을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동료나 부하직원들의 평가도 반영하도록 돼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경영진 역량 평가시 현재 성과에 더해 다른 사업이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도 기준으로 삼는다. 상급자와 동료, 부하직원의 다면 인터뷰 결과도 참고 대상이며 3년마다 외부 기관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 글로벌 은행들은 다양성을 필수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HSBC의 경우 임원 자리에 외부 출신 인사를 적극 기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ING은행은 필요에 따라 조직을 다양하게 운용해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선진국에서 성과주의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00년대 미쓰이물산, 후지쓰 등 전반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분위기였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업무 결과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결과 지향’ 평가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과도한 성과주의 실행으로 되려 노동의욕 저하를 초래하고 직원 간 노하우 전수나 멘토링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김철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주의 문화 및 일반해고 지침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에 관한 소고’를 통해 “일본의 성과주의 도입에 따른 폐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적자원의 소중함을 간과한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성과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009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과도한 성과급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해 성과급 상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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