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이씨, ‘정운호 사건’ 핵심인물 -판사, 공무원 등 정ㆍ관계 전반 로비의혹

[헤럴드경제=김현일기자]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게이트’ 사태를 촉발한 최유정(46ㆍ여) 변호사가 9일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이제 관심은 법조 브로커 이모(56) 씨로 옮겨가고 있다.

정 대표의 구명로비 창구는 최 변호사와 이 씨, 이렇게 두 사람으로 요약된다. 최 변호사가 ‘전관 로비’와 고액 수임료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면 이 씨는 정 대표 구명 로비와 네이처리퍼블릭 입점 로비 등으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평소 그가 청와대 비서관과 정부부처 차관 등과의 인맥을 과시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자칫 이번 사건이 정ㆍ관계 전반에 걸친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키를 쥔 장본인이다.

이 씨는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 구명을 위해 지난해 12월 29일 항소심을 맡은 임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 로비를 시도했다. 논란에 휩싸인 임 부장판사는 사표를 낸 상태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 씨의 직책은 통신장비 제조업체 P사의 전 회장이다. 이 씨가 회장 직함을 달고 지난해 3~6월 등록한 모 언론사의 ‘최고 경영자 과정’에선 서울중앙지법 S 부장판사를 만났다. 같은해 12월 30일 S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 대신 정 대표 사건을 재배당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S 부장판사는 올 1월 정 대표 사건의 공판을 한 차례 진행한 후 정기 인사발령으로 다른 법원으로 옮겼다.

S 부장판사 외에도 당시 최고 경영자 과정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기업인, 검찰 간부 두 명도 이름을 올려 사실상 이 씨가 이 모임을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씨는 돈 문제로 자신을 고소한 동창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상장시킨 뒤 돈을 갚겠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정ㆍ관계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창이 경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이 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차관, 검사 등을 동원해 상장을 방해하는 세력을 주저앉히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밖에도 이 씨는 정 대표에게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상가 임대사업권을 받아주겠다며 2012년 로비자금으로 9억원을 받아간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씨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이 씨의 ‘판사 로비’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 검찰의 검거망을 피해 숨어 지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빨리 검거하려고 검거팀 인원을 늘리는 등 만반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사법처리를 여러번 받아본 인물이기 때문에 검거에 좀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일단 검찰은 구속수감된 정 대표를 지난 주에도 불러들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대표의 출소일은 오는 6월 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