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검찰이 사망자 14명을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에 독성 화학물질이 기준치에 4배 이상 더 들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정부와 덴마크 케톡스사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13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2008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했다. 해당 PGH 물질은 오씨의 동업자가 키보드 등 컴퓨터 기기 항균제 용도로 수입신고를 하고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오씨는 동업자의 수입물량 가운데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썼다.

PGH가 애초 수입신고와 다른 용도로 사용된 셈이다. 당시 수입물량은 40리터 정도였다. 특히 화학물질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었던 오씨는 PHG를 권장량보다 4배 가까이 진하게 물에 희석해 제품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40분의 1 정도로 묽게 희석했으면 문제가 안 됐을 수도 있는데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강하게 넣은 것으로 보인다. 농도가 진해지면서 독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량을 사용하면서 제품이 팔리는 양에 비해 원료가 부족하게 됐고 결국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동시에 첨가하게 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케톡스사에 대한 책임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케톡스사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살균제 목적으로 팔았다는 증거가 없고, 오씨 측에서 당초 컴퓨터 세정제를 목적으로 수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2001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사용을 허가해준 환경부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정부 부실감독 의혹 등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정부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30일 20대 국회 개원 후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가 꾸려지고 청문회가 열리는 등 정치권의 목소리가 강해질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정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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