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걸그룹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온스타일 ‘채널 AOA’에서 역사적ㆍ유명 인물을 알아맞히는 퀴즈게임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장난스럽게 대처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민과 설현의 잘못이 크지만, 오랜 연습생 신분 거쳐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힘든 아이돌들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
생방송도 아닌 녹화물을 예능적 재미를 위해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의 책임도 크다.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극히 당연하지 않은 삶을 사는 연예인들에게 역사지식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연예인들이 물의를 빚는 일은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JTBC 예능 ‘썰전’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거 한 인터넷 방송에서 종군위안부와 ‘창녀’를 대등하게 지칭한 김구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주연배우였던 김수현과 전지현은 장백산을 취수원으로 하는 생수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가 비난을 받았다. 장백산은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든 백두산의 또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백두산에 대한 소유권을 현재 주장하고 있다. 당시 누리꾼들은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노했다. 기획사는 당시 “‘장백산’ 생수모델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고소영 역시 일본계 금융회사의 기업 모델로 나섰다가 한국 대부업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업체의 광고모델이 됐다고 뭇매를 맞았다.
이때마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광고 제의를 거절한 송혜교가 이슈로 떠오르지만, 연예인 개인의 역사인식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기획사가, 제작진이, 역사의 경중을 인지했다면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에서 지민ㆍ설현의 얕은 역사지식이 드러났을까. 기획사가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인지했으면 10대부터 연습생활을 시작한 지민과 설현에게 대한민국 식민시대와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은 채 투자를 했을까.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연예인 중에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이 국내 케이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시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기획사가 역사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도 한정돼 있으며, 국내 국사교육도 교육과정이 매번 바뀌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에서 국사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사 외에 세계사, 지역사, 세계지리사 등 세계사와 국사의 밀접한 관계를 가르치는 교육은 여전히 필수가 아닌 ‘선택’인 상황이다. 양안 갈등을 초래한 ‘쯔위 사태’는 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의 골을 인식하지 못한 기획사의 책임이 컸다.
연예인을 둘러싼 역사 인식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어느 수준이고, ‘기본적인 역사 교육’이란 무엇인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이뤄진 심문 및 재판과정에서 히로부미를 살해한 15가지 이유를 밝혔다. 우리는 그 15 가지 이유를 모두 외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그 15 가지 이유가 하나 하나의 의미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대한지 실감하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의 독립투쟁이 중요했다면, 우리 사회는 왜 안중근 의사의 자녀인 안현생(여), 안분도(남), 안중생(남), 그리고 아내 김아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해방 이후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교육받지 못했는가.
지민과 설현의 역사 무지는 단순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국내방송에서 외국으로 반응이 바로 나오는 시대에 역사의 중대함과 논란이 일으킬 파장을 숙지시키지 못한, 그리고 숙지하고 있지 못한 산업 종사자들과 교육실태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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