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환 본지(G밸리) 논설위원
▲노재환 본지(G밸리) 논설위원

[헤럴드 GValley = 노재환 논설위원 기자]‘서울의 미관’ 만큼 우리의 마음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꽃이 지천이고 새롭게 돋아난 잎들로 온 세상이 싱그럽다. 한강 일대가 아카시아 향으로 가득하다. 아카시아 꽃이 피기 전에 먼저 꽃을 피워냈던 철쭉꽃은 이미 지는 기세다.이 꽃들이 지고나면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몽실몽실 하얀 수국이 뒤를 이어 꽃망울을 터뜨리리라. 올 봄은 이상기온이라서 그런지 꽃들이 시차를 두고 피지 않고 모두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꽃의 향연이다. 이처럼 서울은 조경을 잘해서 봄이면 꽃을 보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 그리고 가을에는 갖가지 고운 색의 단풍을 볼 수 있다. 이제 이 삭막한 도심의 꽃과 나무는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 됐다. 꽃과 나무가 시민들에게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을 줄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에도 좋고 공기 정화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5월의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사람냄새 가득한 버스를 타고 신촌을 거쳐 서강대교를 가르는 필자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수업이 없는 날 필자가 주로 머무는 곳은 여의도다. 특히 방학기간 중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여유를 한 것 만끽하곤 한다. 그때마다 참 난감하고 또 때로는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다. 노인이 타건, 임산부가 타건, 아이가 타건…(생략),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청년들을 볼 때다. 다행히 오늘의 경우는 무탈하게 지나간 것 같다. 단순히 좌석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껴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내가 편하면 다 좋은 것이라는 이기주의로 지독하다. 소수의 이기주의 그리고 그 이면에 깔려있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공동주택에서 일부 주민이 보여주는 현상도 그렇다. 그중 절대 다수는 공동 주택에서 지켜야 할 기초 질서를 잘 준수한다. 차선이 그려져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장애인 주차 구역은 당연히 양보한다. 또한 정해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품 역시 기준에 맞춰 올바르게 배출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동체 규칙을 따르지 않는 소수의 이기주의다. 대다수 주민이 당연하게 여기는 주차 질서나 사소한 삶의 원칙을 이들 이기주의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한다. 조금만 걸으면 주차 공간이 있음에도 그들은 자신이 집으로 들어가는데 편리한 곳만 생각하고 불법 주차한다. 배출일이 아닌데도 재활용품을 경비실 앞에 임의로 가져다 놓고 대형 폐기물은 스티커도 부착하지 않은 채 몰래 내다 놓는다. 결국 흉한 몰골로 차지한 대형 폐기물의 이기적인 주인을 찾을 수 없어 주민공동 예산을 들여 처리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어른들의 이기주의를 그대로 닮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은 더욱 참담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거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비닐을 버리는 학생을 보면서 저 아이가 크면 또 어떤 모습일까 암담하다. 흡연 금지 구역인 버스 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러다 버스가 오면 그 꽁초를 아무데나 던져 버리고 가는 어른들의 부도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안타깝다. 누군가는 참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왜 심각하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도 자기만 살기 위해 탈출한 선장 역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주의다. 선장인 그가 기본과 기초만 제대로 서 있었다면…(생략). 그들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잘못이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진 이유인 것이다. 올 봄은 유독 뜨거웠고, 그러한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때 이른 비바람에 농민들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어느새 봄을 지나 계절의 여왕 5월이 변함없이 찾아왔고, 형형색색의 꽃잎들로 철철 넘치는가 싶더니 또다시 연둣빛 싱그러운 잎들로 그 자태를 뽐내건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이기주의, 결국 우리가 피해자다. 나 혼자 편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끼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서울의 조경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