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 ‘여성’ - 여성 혐오주의는 결국 또다른 성폭력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혐오’를 검색했을 때 연관 검색어로 혐오주의, 여성혐오, 경멸 등이 나타난다. 매우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의미로 정도가 심하다는 뜻의 접두사 ‘극(極)’을 더해 ‘극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지난 17일 이같은 혐오주의가 불러온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30대의 한 남성이 20대 여성을 ‘묻지마 살인’을 한 것이다. 살인사건 피의자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동기로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 하자며 강남역 10번 출구앞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추모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18일 오전부터 시작된 추모 움직임은 하루가 지나면서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출구 벽면에 붙여진 쪽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추모 문구부터 ‘여성 혐오는 사회적 문제다’, ‘남아있는 여성들이 더 좋은 세상 만들게요’, ‘남자에게만 안전한 대한민국’, ‘여자라 살해당할 수 있는 지금, 여기’ 등의 여성 혐오를 꼬집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최근 몇년간 여성혐오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2014년 7월 당시 24살이던 A씨는 아버지에게 막말을 들은 뒤 술에 만취해 울산 남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서있던 여대생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2012년 10월에는 지적장애인인 B(39) 씨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지하도에서 당시 21세였던 여대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런 여성 혐오 범죄가 나타나는 것은 ‘성비 불균형’에 따른 남성의 좌절, 즉 남초 현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여성을 남성 욕망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약자인 여성으로부터 얻은 좌절과 분노를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이 여성 혐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살인과 강도, 강간, 약취ㆍ유인 등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1995년 72.5%에서 2014년 87.2%로 증가했다.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법무부도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비율과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잔혹한 여성대상 범죄가 발생하면서 대다수 여성들은 범죄 피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범죄 위험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 여성의 70.6%는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혐오를 단순하게 치부할 사회현상이 아닌 성폭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김치녀, 된장녀 같은 단어가 생기는 것 또한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여성혐오 현상도 성폭력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가벼운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test1011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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