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추모’에서 여성과 남성의 논쟁 장소로 -5박6일 운영됐던 현장, 23일 자진 철거 후 보존
[헤럴드경제=김진원(글ㆍ사진) 기자] #. “딱 ‘일베’하게 생긴 얼굴이네요.”
22일 오후 5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최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에 대해 한 정신이상자의 묻지마 범행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서다. ‘외모 비하’부터 ‘사진 촬영 거부’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일베충’으로 몰린 남성은 “너야말로 ‘메갈’ 그만 하렴”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옮겼다.
‘추모의 장’으로 관심이 쏠렸던 강남역 10번 출구가 ‘싸움터’가 됐다. 여성들은 ‘여성혐오 범죄를 규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남성들은 ‘남성혐오를 확산시키는 편 가르기 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5박 6일간의 갈등을 뒤로하고 피해자를 위로한 포스트잇과 화환들은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사용자들이 세상으로 나왔고. ‘남성 혐오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와 워마드에는 현장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갔다. 남성 혐오 주장과 여성 혐오 주장이 포스트잇과 피켓, 그리고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이날 강남역 10번 출구에 수십 여명의 남성들이 등장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이들은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자”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혐오는 절대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편 가르기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사이좋게 지내요” 등의 문구를 들었다.
그러자 곳곳에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여성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가슴 졸이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여성에 대한 추모의 장에서 남성이 나와서 사이좋게 지내자 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고성이 나왔다.
스스로를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김모(23) 씨는 “여성 혐오에 대해 말할 때 일간베스트를 빠뜨릴 수는 없다. 대한민국 사회에 여성 혐오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다”며 1인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말싸움이 붙은 여성에게 욕설과 함께 삿대질을 하는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날인 21일엔 여성에 의한 남성 혐오 주장이 이어졌다. 한 시위 여성은 “여자가 죽어서 우리도 남자를 혐오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이런 데 서로 사랑합시다라고?” 말했고,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일부 시위 여성들은 현장에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소추소심(한국 남성들의 성기가 작아 소심하단 의미)”과 “재기해(2013년 마포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 비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한편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장을 지켜온 자원봉사자들은 22일 자정을 기해 추모 장소를 자진 철거했다. 현장에 쌓였던 포스트잇과 꽃, 화환 등은 23일 서초구청을 통해 서울시에 전달됐다.
철거 이유에 대해 현장 자원봉사자 이모(27) 씨는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며 “현장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추모객들의 뜻이 남길 바라는 마음에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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