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산업은행이 분식회계 적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스템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사전에 파악해 대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감사원은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2월 이후 산업은행의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한 재무상태 분석 대상이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과거 재무 행태 및 동종 산업의 일반 재무지표 수준과 괴리 정도에 따라 해당 기업의 재무자료 신뢰성을 판별하는 것으로, 감사원이 이에 근거해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도와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신뢰성이 극히 의심되는 ‘최고위험등급 5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산업은행이 갖춰진 시스템만 활용했어도 해당 2개년도 영업이익이 1조5342억원(2013년도 4407억원, 2014년도 1조935억원) 과다계상된 것을 잡아낼 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진행한 40개 해양플랜트 사업의 총예정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씩 임의로 낮추는 수법으로 이익을 부풀렸다. 총예정원가가 실제보다 적게 산정되면서 공사진행률(실제발생원가÷총예정원가)은 과다 산정되고 이로 인해 회계장부에 인식되는 수익(수주계약금액×공사진행률)이 실제보다 많이 잡혔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렇게 부풀려진 이익을 토대로 산업은행으로부터 2개년도 동안 임원 성과급 65억원, 직원 성과급 1984억원을 부당지급받았다. 심지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상반기 3조200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그해 12월 총 877억원의 격려금 지급을 승인, ‘빚잔치’를 벌이게 했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ㆍ금융감사국장은 “산업은행이 시스템만 제대로 적용했으면 부실 징후를 좀더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15일 해당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으며 현재 금감원에서 감리가 진행 중이다.
그런가하면 산업은행은 2010년 이후 수주ㆍ인도한 해양플랜트에서 인도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자산이 2010년 말 5082억원에서 2014년 2분기 595억원으로 급감했음에도 현금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는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만 듣고 운영자금을 계속 증액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9월에는 증액된 3억 달러(3200억원)을 금융기관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도 했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조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회사에 투자해 902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으로 조선업 불황 등 대외요인과 함께 위와 같은 산업은행의 경영관리 소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1년 11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실시했음에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이행점검 역시 부족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또 수출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수주가이드라인을 완화해 적자 수주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이 2010년부터 5년 연속 경영실적 평가 최하등급을 받을 정도로 경영 실적이 악화됐지만 회사 측의 형식적인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성동조선해양이 선박 건조원가를 실제보다 낮게 산정했지만 수출입은행이 이를 잡아내지 못해 영업손실을 야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건조원가 과소 산정으로 승인 기준에 미달하는 12척을 수주, 1억43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봤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산업은행에 관련자 문책 및 철저한 대우조선해양 경영관리 등을 주의요구했다. 또 워크아웃 기업의 자회사 매각 승인업무를 소홀히 한 경영관리단장 등에 대한 문책도 요구했다. 수출입은행에는 성동조선해양의 수주관리 및 수주추진 승인업무를 부당 처리한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으며 앞으로 사후관리업무를 철저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의요구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관리를 태만히 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경영진 5명의 비위내용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인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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