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중대한 잘못…위헌 여부 헌재서 결정”
“양곡관리법 등 6개법 尹재의요구권 정식 요구”
“사임·탄핵소추 전엔 엄연한 대한민국 대통령”
‘대통령 계엄 정당화’ 질문엔 답 피해
[헤럴드경제=문혜현·주소현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5선·강원 강릉)는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모든 것을 의총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당론이 결정되면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론에 충실히 따라달라’고 의원을 상대로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제가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탈표가 8표가 넘어 반대 당론이 무의미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4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는 두 번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된다. 범야권 192석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8명만 더 찬성하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권 원내대표는 우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중대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다”면서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었고, 중대한 잘못이란 점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당론은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표결 당시 ‘탄핵 반대’로 결정된 바 있다. ‘탄핵당하지 않는다면 이 잘못을 어떻게 (국민께) 보상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해선 수사기관에서 경쟁적으로 수사하고 있지 않나”라며 “탄핵은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별개의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당론을 어길 경우 징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권 원내대표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내일 상황을 본 후에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14일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당의 향후 입장에 관해 “대통령 수사가 탄핵 결과보다는 빨리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탄핵을 동의할 것인지 의원들 총의를 모아 결정하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 변경도 감안해 의원들이 자기 의사를 표출하리라 본다”고 했다.
원내대표 취임 이후 윤 대통령과 연락을 취했는지 물음에 “특별히 소통하고 있지 않다”며 “통화한 사실이 없다. 아직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정 간에 논의할 사안이 있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보지만, 특별한 사안이 없기 때문에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질서 유지’를 이유로 계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권 원내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계엄선포와 관련해 워낙 많은 주장과 보도가 나오는데, 거기에 대해 일일이 의견 표명하는 것 자체가 사태 해결에 도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모두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민생 안정·정국 안정에 도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농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농업재해대책법, 농업재해보호법 등 6개 법안은 11월28일 거대 야당의 일방적 폭거로 처리됐다”며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가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정식으로 요청했고, 이 요청은 지금도 유효한 상황이다. 6개 법안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권한이 살아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이 나오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소추가 결정 나기 전에는 엄연히 법률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자명한 사실 아니냐”며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해서 탄핵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내란 국정조사’에는 반대 입장을 폈다. 그는 “오늘 의장이 그 부분에 대한 협조 요청을 했는데, 저는 일단 국정조사 자체가 불필요하다 말씀드렸다”며 “경찰·검찰·공수처의 경쟁적 수사 중, 수사 속도에 불이 붙어서 신속하게 계엄 수사 상황이 속속 보도되고 있는데 뒤늦게 국회에서 국정조사 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재판 중인 사람이 국정조사 불출석해도 법리상 처벌할 수 없다”며 “계엄 선포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맥이 빠지게 되고, 이미 수사기관이 수사를 열심히 하는데 국회가 뒤늦게 국정조사까지 하면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자신을 ‘협상 파트너’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국회 일방적 운영, 독선적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당의 당헌·당규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의회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조만간 국회의장 주관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서 경제, 민생안정, 정국안정 문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제안 드릴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3일 밤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의 대응 등을 근거로 내란죄 상설특검 및 일반특검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고, 국회의원 제명 등을 추진하는 점도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상대로 탄핵과 청문회를 남발하면서 사람을 겁박했던 전형적인 수법을 이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방송인 김어준씨가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한동훈 대표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 표결을 앞두고 우리 당을 흔들어볼 심산”이라며 “한 대표 사살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누가 그런 제보를 했겠나. 제보자를 제시해야 하고, 그 제보 자체가 저는 가짜뉴스라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