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켐 자료제출 거부… 檢 사법공조 카드 -신동빈 회장 귀국 하루 만에 압박 모양새 -‘통행세’ 의혹 日롯데물산 회계자료 요청 -공조에 상당기간 소요, 수사 장기화 우려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결국 한ㆍ일 사법공조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3일 귀국한 신동빈(61)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4일 법무부에 한ㆍ일 형사사법공조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을 둘러싸고 그간 제기된 비자금 의혹과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일본 롯데물산의 지배구조가 양국의 사법공조를 통해 베일을 벗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수법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원료 구입과정에서 롯데그룹으로부터 별도의 자금 형성을 지시받은 적도 없고,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별도의 자금 형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로 구성된 롯데그룹 수사팀은 롯데케미칼에 의혹을 소명할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롯데케미칼 측은 일본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난 달 28일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자료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ㆍ일 사법공조 조약에 따라 우리 법무부는 일본 법무부에 공조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다. 일본 수사기관이 일본 롯데물산 측에 요구해 관련 자료를 제출받거나 압수하게 되면 우리 검찰은 이를 넘겨 받아 혐의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법공조 성과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통행세’ 의혹뿐만 아니라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일본 롯데물산의 지배구조도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그간 검찰은 국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격이 일본에 있는 데다가 일본 계열사의 주주구성이 공개되지 않아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사법공조 요청내역에는 이러한 지배구조 관련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료를 받기까지는 두달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가 우리 법무부로 오기까지 번역절차나 상대 국가의 심사절차 등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몇 달씩 소요가 된다”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 수사 장기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회계자료 공시가 의무인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제도상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미있는 자료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의 회계자료 공시제도가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 구체적인 방식은 일본 사법당국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