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한민국 검찰총장의 애꿏은 운명이 새삼 관심이다. 1800여명의 검사를 총지휘하며, 대통령이 하달하는 수사, 총장 직권의 사정 수사를 전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그 어느 직(職)보다 많은 권력을 거머쥔 자리인 만큼 부침도 심했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총장이 얼마였는지만 따져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김준규 총장(37대)을 포함해 1988년 이후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인물 16명 가운데 임기 2년을 꽉 채운 총장은 불과 6명(37%)에 불과했다. 김기춘 전 총장(22대), 정구영 전 총장(23대), 김도언 전 총장(26대), 박순용 전 총장(29대), 송광수 전 총장(33대), 정상명 전 총장(35대) 등이다.
총장에 오르는 것도 천운(天運)이 있어야 하지만 총장이 되고 나서도 임기 중 불명예 퇴진을 하지 않는 것도 여간한 관운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검찰총장 자리가 필연적으로 정치권ㆍ재계의 뿌리 깊은 부패를 파헤치는 데 주력해야 하는 만큼 외풍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ㆍ재계 인사들에겐 저승사자 격으로 통하는 대검 중수부를 지휘하는 총장으로선 자신의 수족과도 같은 중수부를 폐지하려는 여론과 지리한 싸움을 해야 했다. 송광수 전 총장이 “중수부를 폐지하려면 내 목을 먼저 쳐라”라고 맞섰고, 김준규 총장도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채진 전 총장(36대)만해도 임기 내내 매끄러운 수사로 무난하게 명예로운 퇴진을 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뜻하지 않게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사건까지 불거져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청와대는 김준규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차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선 작업을 진행 중으로, 늦어도 이달 중순께엔 후임 장관ㆍ총장이 발표될 예정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현 총장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사의를 표명한 것도 안타까운데 후임 총장으로 누가 올지를 생각해야 하는 현실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무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흔들린 검찰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을 되찾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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