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뒷돈 거래 의혹의 중심에 선 곽노현 교육감이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만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귀가가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곽 교육감에겐 ‘운명의 9월 5일’이 될 수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11시 검찰 청사에 들어서면서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잠시 서 있었으나,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9층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곽 교육감의 출두 모습을 잡기 위해 방송 카메라 30~40여대가 몰렸으며, 곽 교육감 측 지지자들 10여명은 ‘정치수사 중단하라’ ‘화이팅 곽노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와 반대 측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곽 교육감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고, 곽 교육감 변호인 측은 이를 방어해야 하는 만큼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져 조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곽 교육감은 오전 10시 10분께 검찰로 향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굳은 표정으로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의 선의가 범죄로 곡해되는 것에 대해 저의 전 인격을 걸고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짧게 말했다. ‘선의의 2억 지원’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곽 교육감은 이런 짧은 발언 외엔 화곡동 자택부터 서울시교육청을 거쳐 검찰에 이르기까지 3시간여 동안 줄곧 침묵을 지켰다. 그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7시 50분께 자택이 있는 화곡동에서 출근길에 올랐고, 대기 중이던 취재진의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8시 50분께 서울시교육청에 도착한 곽노현 교육감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취재진이 “지금 심정이 어떤가”, “이면 합의 언제 알았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아무 대답없이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 교육감실로 올라갔다.

휴일인 전날 검찰 출석을 앞두고 변호인과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던 곽 교육감의 얼굴에 흐르던 여유는 싹 사라졌다.

곽 교육감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에 검찰에 나올 것을 통보받았지만, 평소처럼 업무를 보느라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육청 관계자는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날인데) 교육청에 온 건 주간 실·국장 회의가 잡혀 있는 데다 간단히 처리할 업무가 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지난 2일에도 퇴근 전에 실·국장 회의를 열어 미리 이번 주 업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자칫 이날 조사에서 이어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이럴 경우 교육감 직무가 정지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곽 교육감은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고 업무에 매진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 교육감은 그러나 이날 상황에 따라 후보 매수 의혹을 증폭시키며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구속)와 대질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는 ‘동지’로서 진보 교육을 위한 정책 공감대를 나눴다가 이젠 ‘적’이 된 박 교수를 대면할 곽 교육감이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성원ㆍ신상윤ㆍ김우영ㆍ박병국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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