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관련해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 정책에 적극 호응해 온 SK그룹이 과징금 폭탄을 맞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등에서 선진 지배구조로 꼽고 있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그룹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이 지주회사 요건 이행관련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배관련 요건을 다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5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1년 내 매각 처분 명령도 같이 내렸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공정거래법의 ‘금융자회사 보유금지 조항’에 저촉된다며 금융회사인 SK증권을 유예기간인 4년 내에 매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통한 무분별한 세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유도하면서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금지 법조항 적용 등을 4년간 유예한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이를 폐지하겠다며 법개정을 추진한 데 있다.
그 결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돼 법사위에 회부됐으나 법사위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입법이 늦어졌고, 그 사이 SK의 법위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온 SK그룹은 결국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SK는 IMF 경제위기 때 가장 먼저 비업무 부동산(일동레이크 골프장)을 내놓았고 SK생명을 매각하는 등 그 동안 정부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해 왔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조항인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SK그룹 등 정부의 권고안대로 선진 지배구조인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인해 정부정책의 신뢰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재계에서도 공정위의 SK그룹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정부가 권유한 지주회사로 가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어도 될 일에 4년여간의 시간과 돈을 투입한 결과가 됐다”면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들어 온 기업에 과징금까지 부과하게 되면 앞으로 누가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 이후 지주회사 전환 증가율이 50%에서 지난해 21.5%까지 떨어졌고, 주요 그룹 중 지난해 1월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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