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무역협회가 무역센터 내 환경미화원, 안전요원들을 초청해 송년 모임을 열었다. 출입기자들도 초청을 받아 마침 사공일 무역협회장과 나란히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20대 처녀와 70대 노인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코믹연극이었다. 사공 회장은 관람 중 시종일관 배꼽을 잡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때다 싶어 넌지시 물어봤다. “회장직 연임하십니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무슨…. 뭐, 자리에 연연하면 되겠어요? 하하.” 사공일 회장이 그 말대로 용퇴를 선택했다. 3년 임기를 채우고, 오는 22일 정기총회에서 퇴임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경제원로로서 한국경제 발전과 무역 증진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사임의 변이다. 막강한 무역협회장직에 대한 연임 미련을 버리고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단체장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사공 회장은 2개월 전 이미 물러날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공 회장의 한 측근은 “지난해 말 연임하지 않겠다는 심중을 굳혔는데, 다보스포럼 특사 등 공식 수행행사가 남아 있었기에 퇴임 발표 시기를 봐온 것”이라고 말했다. 사공 회장은 후배를 위해 자리를 물려주는 게 선배의 몫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로운 무역협회를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임했을 때의 비판과 정권 교체시기에 따른 부담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와의 인연이 누구보다 깊기에, 연임한다 하더라도 ‘1년 회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무역업계 일각의 ‘연임 반대’ 목소리도 의식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욕심’을 접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용퇴를 선언했기에 재임 때의 성과가 더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 실제 사공 회장은 그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역할을 무난히 해냈고, 유럽연합(EU)ㆍ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기여했다. 지난해 말엔 세계 아홉번째 무역 1조달러 돌파라는 쾌거에 일조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는 자연인을 택했다. 사공 회장은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참된 경제원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의 ‘제2 인생’이 주목되고, 또 기대된다. 김영상 기자/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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