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급등 ‘김장 대목’ 실종…재래시장을 가다

배춧값 작년보다 최고 50% 상승 1포기 팔면 고작 몇백원만 건져 단골식당 줄폐업 매출 40% 줄어 수익 맞추려 주방기기 판매 부업도 “IMF때보다 힘들어” 상인들 한숨

“식당 하는 이들이 단골인데, 지난해 100포기 사가던 손님들이 올해는 50포기도 안 사가.”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경무유통을 운영하는 마선덕(54ㆍ여) 씨는 대목이어야 할 김장철을 앞두고 매일같이 ‘까먹는’ 장부를 들여다보느라 속이 새까맣게 탈 지경이다. 올해는 배춧값이 올라 일부러 물건을 조금씩 들여놓고 있지만, 그래도 배추가 안 팔리고 남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선도가 떨어지는 야채의 특성 때문에 이틀 안에 팔리지 않은 배추는 팔 수가 없다. 대둔상회를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들여온 지 1~2일이 지난 배추는 손해를 보고 팔기도 한다”며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청과물 시장의 대목이라 할 김장철이 왔지만 시장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배춧값 상승, 단골 구매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소매 손님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그나마 고정 고객이었던 식당까지도 거래가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6일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만난 염정남(66ㆍ여) 굿모닝상회 사장은 “식당에서도 요즘은 김장하기 귀찮다고 절인배추를 쓰거나 아예 김치를 산다”며 “올해 배추 작황이 나쁘다는데도 들여오는 배추가 안 팔려 남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찾은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시장은 한때 골목을 가득 메웠던 청과물가게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영업을 하는 곳이 10곳도 채 되지 않았다. 야채를 파는 가게도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각종 식자재, 주방기기 판매 등의 ‘부업’을 하기도 했다.

김해정(47ㆍ여) 해인상회 사장은 “단골 식당들이 지난해 10포기 사갔다면 올해는 5~6포기밖에 안 사간다”며 “매출이 40%나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버티던 단골들이 스러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김 씨는 “장사가 안 돼서 단골 식당 10집 중 2~3집은 망했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폐업하는 단골이 늘면 자연히 청과물 시장도 그 여파를 받게 마련이다. 대성상회를 운영 중인 배모(48ㆍ여) 씨는 “식당 하는 손님 중에는 갑자기 폐업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골 장사라 미리 물건을 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데,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돈을 떼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시장을 찾아주는 단골이 있긴 하지만, 배춧값이 크게 올라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의 배추 1망(3포기) 가격은 8000~1만2000원 선. 지난해 가격이 6000~8000원 선이었던 것에 비하면 30~50% 상승한 것이다. 영등포 굿모닝상회의 염 사장은 “하루 사이에도 배춧값이 1000~2000원씩 오른다”며 “기름값이 오르다 보니 운임도 더 들어, 배추 1포기를 팔면 마진이 500원 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닥경제가 이처럼 꽁꽁 얼어붙다 보니 상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대성상회의 배 사장은 “마진율이 7%대는 돼야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는데, 요즘엔 그만큼 남기기 힘들다”며 “대를 이어 수십년째 가게를 하고 있는데, 요즘이 IMF 시절보다도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푸념했다.

도현정ㆍ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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