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연구진 모습. [유한양행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7/news-p.v1.20250217.31f95b7a7d4f40ad9b261062cf16b1a0_P1.png)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한양행 모델 발굴하라”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개발에 성공한 ‘유한양행 모델’이 화제다.
제약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성공 사례인 유한양행 모델 발굴에 한창이다. 그 사이 유한양행은 바이오텍에서 기초연구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진화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단점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기술을 가진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유한양행은 10년 전부터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7/ams.V01.photo.HDN.P.20210118.202101180000008252427308_P1.jpg)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전임상 단계에서 도입해 자체 임상을 진행,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 31호로 기록했다.
이에 앞선 2018년에는 존슨앤존슨(J&J) 자회사인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권을 12억55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넘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에는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이 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을 받았다. 국산 개발 항암제가 미 FDA 승인을 받은 것은 렉라자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으로부터 6000만달러(870억여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받았다.
이는 매출에도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2조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건 유한양행이 최초다.
이렇게 기술력이 있으나 자본력이 아쉬운 바이오텍으로부터 후보 물질을 라이선스 인(기술도입)해 임상 1상, 2상까지 자체 개발하면서 1차로 시간과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빅파마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해 글로벌 임상 3단 단계에서 2차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까다로운 해외 승인 절차와 마케팅에 부담을 줄이는 ‘유한양행 모델’이 탄생했다.
![유한양행 사옥. [유한양행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7/news-p.v1.20250217.351542ab78b04a55a47abd5c59019b5f_P1.png)
유한양행은 바이오텍에 전략적투자자(SI)로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해왔다. 지난해 4월 300억원을 투자해 신약 개발기업 프로젠의 지분 38.9%를 확보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가 상생 경영의 가치에 맞느냐는 고민이 있다. 유한양행 입장에서도 후보물질의 상업화에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M&A보다는 특정 기술을 라이선스 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수출하고 상업화가 된 이후의 수익은 원 기술 개발사인 바이오텍에도 나눠주는 ‘상생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이오텍에서 기초연구로 확장하며 진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 기초연구에 특화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인 ‘유한 이노베이션 프로그램’(YIP)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소속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과제를 선정해 과제별로 1억원 규모를 투자해 검증연구를 지원한다.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 유한양행은 혁신 신약 R&D 기술을 확보하고 후속 연구를 협력해 나간다. 제1회 YIP에서는 총 18개, 제2회 YIP에서는 총 17개 연구과제를 지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지분 인수를 통한 기술도입을 했었지만 현재는 특정 기술만 라이선스 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기초연구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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