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자율운항’ 실증 컨테이너선박인 ‘포스 싱가포르’호가 지난해 9월 부산-동남아시아 항로에 투입됐다. 일부 구간을 자율운항하며 시스템의 기술·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포스 싱가포르’호를 시작으로 국내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자율운항선박 관련 이슈는 향후 국제 해운·조선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2017년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규정 개발 등 공식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030년 이후 국제협약(강제 MASS Code) 발효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국제협약 개발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1600억 규모의 연구개발사업을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66조원에서 2032년 약 265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21년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로 인한 경제적 측면으로 2035년까지 약 56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42만명의 일자리 창출, 약 103조원에 달하는 전·후방산업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운항선박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하지만, 안전 측면에서 자율운항선박이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위험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충돌과 좌초 등 항행 부주의 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사고 중에서도 선박의 충돌과 좌초의 경우, 인적 과실이 사고원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로 인적 과실로 인한 해양 사고의 약 7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율운항선박의 도입이 무조건적인 해양사고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먼바다에서는 사고 수습이나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원이 없기에, 한번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보다 커질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런면에서 원양 항로 보다 근해나 연안항로에서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가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한, 완전무인 선박은 아니더라도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적은 수의 인원으로 운항할 수 있는 레벨 1·2 수준의 선박만 상용화되더라도 밀집된 해상교통량으로 인한 사고저감, 선원 구인난 경감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른 자율운항선박 안전성 평가 등 정부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으로 지정되어 자율운항 선박 운항관련 해양사고 예방과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기본 계획 수립, 기준과 절차 및 지침 개발과 함께, 중소선박의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선박을 제어하고 사람의 간섭 없이 운항하는 자율운항선박. 자율운항선박의 잠재력은 향후 산업계의 경제적 파급 효과 뿐만 아니라, 안전 패러다임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에 대한민국 해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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