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작년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부터 122일만,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 14일로부터 11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1987년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직을 박탈당한 두번째 대통령이 됐다. 재임기간은 1061일로 박 전 대통령의 1475일보다도 짧다. 불행한 헌정사가 반복됐지만 그 때마다 대한민국의 체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본질에 바탕한 놀라운 복원력을 증명했다.

헌재는 마땅한 판결을 했지만, 민의와 헌법정신의 대리자일 뿐이었다. 민주주의를 복원한 힘의 원천은 주권자인 국민이었다. 오로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법적 절차를 흐트러짐 없이 한 발씩 밟아가며 최고통치자의 오판과 일탈을 징계했고 극복했다. 국회와 헌재는 계엄 선포가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닌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윤 대통령측 주장을 배척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한 포고령 1호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이 위헌·불법적이라고 판단했다.

군사독재시대에서나 있었던 계엄이 21세기 평화롭고 일상적인 대한민국에서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상시 무장한 권력이 통치하는 세상을 다음 세대들에 물려줄 수 없다는, 국민들의 완강한 뜻이 제도의 작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비록 제도는 허약해 보였으나, 그것을 이룬 역사는 단단했고 그것을 떠받치는 시민의 힘은 강했다. 작가 한강의 말처럼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고 산 자들의 단련되고 응집된 힘이 다시 공동체를 지켜냈다. 그 고단하고 수고로운 과정을 기꺼이 겪어낸 국민들은 스스로 치하해 마땅하다.

이제 60일 이내 제22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지금부터는 국가대개혁의 시간이다. 정치권과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헌법기관이 역사와 국민의 명령에 화답해야 한다. 탄핵 찬반으로 쪼개졌던 혼란과 분열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통합과 전진의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대선은 국가비전과 시대정신, 국정운영능력을 겨루는 장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자성과 혁신 없는 세력은 도태돼야 한다. 정부와 검찰, 사법 각 기관과 권능 또한 뿌리부터 바뀌어야 하는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은 계엄과 탄핵으로 우리가 얻은 또 하나의 교훈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이하 관료들은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 공정한 선거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오로지 진실과 법리로서 계엄 및 내란 관련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심판해야 하는 수사·사법기관의 책임도 막중하다. 정치권은 개헌을 포함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헌재의 주문이 국가대개혁의 출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