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일단락된 혼돈의 탄핵 정국은 경제에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 시장은 얼어붙었고,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가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고, 오는 9일부터는 상호 관세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며 경제 대응이 뒷전으로 밀린 사이,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소비 부진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기업들은 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미루면서 고용도 위축됐다. 내수·수출·고용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면서 경제 활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 해외 기관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할 정도다. 비상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지만 정부의 위기 의식은 체감되지 않는다. 실효성 있는 경기 부양책도,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대응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경제를 살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추경조차 여야 대립 속에 표류하는 현실은 무책임의 극치다.
이제는 모든 초점을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맞춰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실추된 국정 운영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도 결국 경제를 살리는 데서 시작된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이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늘어나는 대출 이자, 일자리 불안 등으로 국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고 급변하는 대외 통상 환경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율의 관세로 수출 피해를 입는 기업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게 규제를 철폐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소비도 살아난다. 반도체특별법 같은 필수 법안 처리는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주요국들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을 밀고 끌고 나아가는데 한국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다시 정쟁에 매몰돼선 안 된다. 정치적 혼란이 거듭된다면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어질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기 영합적 정책 남발은 경제 체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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