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한국신용평가 공동 웨비나

수익성 저하 불러 구조적 위험 ↑

“도널드 트럼프 2기의 글로벌 고(高)관세 정책이 반도체·철강·자동차·이차전지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구조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24일 공동 웨비나를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또 “반도체·철강·자동차·이차전지 산업 모두 단기적 가격 경쟁력 저하란 문제점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도 짚었다.

두 기관은 한국이 25%에 이르는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지정됐으며, 10% 기본 관세만 적용받고 있는 90일 간의 유예 조치가 7월 9일 종료될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호재 한신평 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기존 2.1%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면서 “주요 20개국(G20) 중 멕시코(-2.5%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 다음으로 큰 폭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기관은 주요 산업별로도 트럼프 관세의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 섹터는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과 연계성이 높은 수준인 만큼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특히 한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고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레거시) 제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관세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이란 게 두 기관의 진단이다.

철강 섹터의 경우 이미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을 체감 중이라고 두 기관은 평가했다. 유정용강관, 송유관 등 한국 철강업체들의 주력 수출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수출 품목이 고수익 에너지용 강관에 집중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 철강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두 기관은 지적했다.

세계 2위 자동차 판매 시장인 미국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25%에 이르는 완성차·차 부품 관세가 완성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자동차 업권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두 기관의 지적이다.

25% 관세 영향이 없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률은 약 1.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두 기관은 예상했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체에겐 감기 수준인 관세에 따른 압박이 부품업체에겐 ‘독감’ 수준의 고통을 안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밖에도 두 기관은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 만큼 관세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겠다고 봤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 업체의 생산 기반 부족으로 인해 배터리셀 업체들에도 간접적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부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자체의 수요 위축도 리스크로 지적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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