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다가구주택 일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
대전 서구 다가구주택 일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대전에서 사회초년생들을 상대로 2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50대 임대업자가 결심 공판에서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다고 고의성을 부인했다.

23일 대전지법 형사4단독(이제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대업자 임모(57) 씨의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서 임씨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부동산 지식도 없이 무지하게 부동산 사업을 진행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서 무리하게 투자를 감행해 사업하다가, 의도치 않게 전세보증금 피해가 발생했다”며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고인은) 애초에 건물을 임대하면서 보증금을 가로챌 목적만 있었기 때문에, 관리비나 월세를 내지 않아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계획범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어있는 공실을 무보증금으로 임대하면서도 1000원 한 푼 변제한 게 없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말만 ‘죄송하다’고 할 뿐”이라며 임씨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임씨는 2017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대전 유성구 전민동과 문지동 일대에서 선순위 근저당권과 선순위 임대보증금이 건물 시세를 넘어선 ‘깡통전세’ 건물임을 알고도 198명의 피해자와 전세 계약을 맺어 218억3300만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부터 전민동과 문지동 일대에서 임대업을 해온 임씨는 다가구주택 36채를 자본금 없이 대부분 은행 대출금과 건축업자로부터 대여한 차용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임씨가 임차인들의 임대보증금으로 대출 원리금 등을 갚는 등 ‘돌려막기’ 식으로 임대 사업을 유지한 것으로 봤다.

임씨 측은 보유한 건물 36채 중 11채가 경매로 매각됐다며 피해금 일부를 변제했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 측은 “이미 경매가 넘어간 건물들은 안중에도 없다”며 “눈물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검찰은 이날 구형을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며 법정에서는 구형량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명에게 사기를 쳐도, 20명에게 사기를 쳐도 형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현행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전세 사기범들의 범죄 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해달라”고 촉구했다.

선고 기일은 오는 7월 25일 오후 2시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