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까지 거래 늘고 집값 상승

“실수요자 내 집마련 나선 것으로 파악”

집값 오름세 확산되며 ‘패닉 매수’ 우려 목소리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릉교에서 바라본 ‘한진한화그랑빌’ 아파트 모습. [정주원 기자]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릉교에서 바라본 ‘한진한화그랑빌’ 아파트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 서울 성북구 래미안크리시엘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1일 9억3000만원(9층)에 손바뀜하며 9억원대를 돌파했다. 1년 전 대비 약 1억원 넘게 상승한 값이다.

#노원구 한진한화그랑빌 59㎡는 지난달 올 초 대비 5000만원 이상 오른 7억9800(15층)에 거래됐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지정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을 넘어 성북구와 노원구, 금천구 등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고가 아파트 상승세가 외곽지역까지 번지면서 집값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이에 따라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도 조급해지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전월(42.3%) 대비 4.6%포인트 늘어난 46.8%로 나타났다. 노원구의 상승거래 비중도 44.5%로 전월보다 4.5%포인트 늘었다. 금천구 또한 상승거래가 지난 4월 44.7%에서 지난달 46.3%로 증가했다.

성북·노원·금천구의 상승 거래 증가 폭은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 거래 비중이 47.3%에서 47.9%로 0.6%포인트 증가한 평균치 대비 크다.

최고가 거래도 나왔다. 이 가운데 지난달 15일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레디언트’ 84㎡는 역대 최고가인 14억475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노원구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 121㎡는 13억29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노원 상계1단지 아파트. 김희량 기자
노원 상계1단지 아파트. 김희량 기자

해당 지역의 최근 거래 건수 역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성북구와 노원구의 거래량은 각각 258건과 338건으로 전월(성북 295건, 노원 381건)의 87∼88% 수준이지만 실거래 신고가 2개월 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전월 거래량을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의 시각이다.

금천구도 지난달 거래량이 45건으로 전월(55건)의 81% 규모이지만 이달 말께 최종 집계되는 5월 총거래량은 전월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외곽 지역에서 상승거래 비중 증가와 함께 거래 건수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내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보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성북이나 노원, 금천구는 실수요 움직임에 따라 가격 변동이 나타나는 지역”이라며 “실수요자들이 7월 DSR 3단계 시행에 따른 대출 한도 축소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소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노원만 오르는 것처럼 같은 구라고 다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학군이 좋거나 교통이 편리한 일부 단지에서만 거래가 발생한다”면서 “따라서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만큼은 아니지만 소득 대비 큰 폭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패닉 매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4인 가구의 중위 소득을 월 609만7773원으로 결정했다. 연 소득으론 7317만원 수준이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강남 아파트가 수억원씩 오르는 것은 딴 세상이라 해도, 거주하는 지역에서 연초 대비 수개월 만에 연봉을 웃도는수천만원의 오름세가 나타나면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전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