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부터 79세까지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취업자 수 역시 978만명으로, 1년 새 34만명 넘게 증가했다. 경제활동참가율(60.9%)과 고용률(59.5%)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 속에서 더 많은 나이까지 일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이면은 그늘이 짙다.
실제 고령층 취업자 중 단순 노무 종사자 비중은 22.6%로 가장 많고, 서비스직도 14.5%에 달했다. 반면, 관리자(2.1%)나 사무직(8.3%) 비율은 현저히 낮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사람은 30.1%에 불과하다.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퇴직 시점도 빠르다. 주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나이는 52.9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수급자도 절반에 그치고, 수령액조차 월평균 86만원으로 최소생활비(136만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고령층이 평균 73.4세까지 일하겠다고 답한 이유로 ‘생활비 마련’(54.4%)을 가장 많이 꼽은 사실은, 고령층이 자발적 노동이 아닌 생계형 노동에 내몰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정년 연장은 이런 고령층 고용 문제의 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을 65세로 법제화할 계획이며, 정부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계속고용의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린다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청년 일자리와의 세대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고령 근로자 1명이 노동시장에 남을 경우 청년 1.5명이 대체된다고 분석했고,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 신규 채용이 26만명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고령층의 잔류가 전체 고용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제로섬’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근속연수 중심의 임금 체계는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만 상승시켜 고령자 고용을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 전체의 효율성 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가 없고, 일본 역시 기업 자율에 따라 정년을 운영하고 있고, 고령자 기준을 70세로 상향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령자의 경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젠 우리도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와 획일적인 직무구조에서 벗어나 정년 연장과 유연한 근로 형태를 포함한 고용정책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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