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초 최대 난제였던 관세 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의 허들을 무난하게 넘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심사를 파고든 이 대통령의 ‘칭찬의 기술’이 주효했지만 협상과 회담을 우호적으로 이끄는데 핵심 역할을 해낸 것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국 조선업의 쇠락으로 종합적 해군력이 열세인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는데, 한국이 천군만마로 등장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한국 조선업계는 구상에 불과했던 마스가 프로젝트를 손에 잡히도록 구체화해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다목적선) 명명식은 구상을 현실로 바꾼 첫걸음이다.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필리조선소로 달려간 이 대통령은 “마스가 프로젝트로 미국과 대한민국 조선업이 더불어 도약하는 ‘윈윈’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끈 50여척의 군함을 만든 곳이다. 필라델피아의 앞바다를 가르며 나아간 함정들은 한국전쟁의 포화에 고통받던 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는 데 일조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조선소는 최첨단 선박 기술을 보여주는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고, 미국 해안벨트 곳곳에서 조선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 ‘K조선’의 기적을 일궈냈듯, 한미가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HD현대 명장이 제작한 금속 거북선을 선물하면서 K조선을 태동시킨 ‘정주영 신화’를 소환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71년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심하고 건설자금 유치를 위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 한 장으로 영국 금융기관을 움직여 자금을 받아내는 기적을 썼다. 이후 울산조선소는 1974년 준공과 동시에 초대형 유조선 명명식을 거행하며 세계 조선사의 무대에 올랐다. 정주영의 거북선 신화처럼 한화 필리조선소의 이번 안보선 명명식이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이 공동 번영하는 ‘마스가 신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보호무역이 뉴노멀이 돼 가는 시대를 맞아 해외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마스가는 현지 투자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긍정적 효과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금융·세제·외교 등의 지원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