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용어는 ‘트럼피즘’이다. 여러 내용이 담겨 있지만 ‘미국 제일주의’와 ‘동맹보다 미 국익 우선주의’가 문제다.
국가관계의 중요도는 경제교역 규모가 기본이다. 여기에다 분단체제인 우리로서는 안보 협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교역은 중국이 더 중요하다는 뜻의 ‘안미경중(安美經中)’이 그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반드시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서 냉전적 대결 상황에서 공산권이 6·25 전쟁을 도발하자 미국은 서방 16개국과 함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는 전쟁을 주도했다. 그 후 한국 안보는 사실상 미국의 세계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으로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주둔분담금의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고정된 목적과 역할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로부터 중국 견제 역할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을 헤아려 보면 한국의 국익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자국의 전략적 목적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조정하면서 주둔비용을 한국에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또 한국에 국방예산 증액도 주문하고 있다. 2030년까지 국민총생산의 3.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려면 국방예산을 30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 250억달러(34조8250억원)에 달하는 미국산 무기도 구매해야 한다. 외교·안보 총괄 사령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안보동맹 현대화란,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전략적 유연성을 안 하는 나라는 없다”며 미국 측 압력을 능숙하게 받아넘기는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국방비를 줄여서 사회복지와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 백년대계의 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국방예산의 증액은 동맹국이라 해도 간섭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주권 사항이다.
미·중·일·러 4강 기축 외교는 이제 세력균형에 맡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참석으로 연출된 북·중·러 회동도 그런 구도다. 한국의 대안은 윤석열 정권이 지워버린 신남방 정책을 4강과 동일 수준으로 다시 본격화하는 데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전략적 동반자로 설정해야 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2024년 수출입 867억달러(약 120조원)로 상호 똑같이 중국, 미국에 이은 3위 교역국이다. 한국과 신남방 국가들은 경제산업의 상호보완성과 국민 간 문화적 선호도가 높은 것도 큰 장점이다. 이 같은 신남방 정책과 함께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대륙으로 경제와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신북방 정책도 펴나갈 수 있다. 한국이 경제개발의 선(先)경험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신남방·신북방 국가들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입지함으로써 트럼피즘 피해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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