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고용시장에서 하방 위험이 물가 상승 위험보다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다”며, 선제적 대응임을 분명히 했다.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극심한 변동성과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상승했지만 S&P500과 나스닥은 소폭 하락해 시장의 불안을 드러냈다.

연준이 금리 인하 배경으로 꼽은 것은 고용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curious balance)’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공급은 제한적이고, 고용 수요는 줄어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불안정한 사태라는 뜻이다. 실제 현재 실업률은 4.3%로 여전히 낮지만, 노동시장 내 고용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다.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상품가격 상승이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까지 누적될 것으로 봤다. 아직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되지 않았지만 점차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점도표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을 기존 3.9%에서 3.6%로 낮췄다.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하겠다는 것으로,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 폭은 보수적 운영을 내비친 것이다. 일부 위원과 트럼프 측근 마이런 이사가 ‘빅컷(0.50%포인트)’ 의견을 냈지만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다음 달 한국은행 금리 결정의 운신 폭도 넓어졌다. 국내 성장률이 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은 분명 필요하다.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맞물린다면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6·27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가계대출 증가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8% 올랐고, 한은 집계 기준 가계대출 잔액도 4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리 인하가 자칫 기름붓는 격이 돼선 안된다. 대출 규제와 가계부채 총량 관리, 부동산 세제 등 정책적 대응과 병행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