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돌아올 것을 생각하고 수영하고, 나는 돌아올 것을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

영화 ‘가타카’(1997)에서 유전적으로 완벽한 동생이 유전적으로 결함이 많은 형과의 수영 대결에서 패배한 후 어떻게 자신을 이길 수 있었는지 묻자, 형이 내놓은 대답이다. 그런데 인간의 운명과 의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명작을 앞에 두고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런 사회에도 보험은 있을까?”

‘가타카’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의 질병 발생 가능성, 범죄 성향은 물론 기대수명까지 알 수 있는 사회다. 태어나면서부터 이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릴 것이며 언제 죽을지 안다. 보험은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다. 불확실성은 위험을 동반하고 그 위험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험업의 본질이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가타카의 세상에서 ‘보험이 존재할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기술의 발전이 보험의 역할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 발전 그 자체가 보험의 역할을 키워오고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의 발명은 자동차 사고라는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켰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보험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기술의 등장으로 운전자 책임 중심의 자동차보험에서 제조물과 소프트웨어 배상책임·사이버 보험 등으로 보장의 형태가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랜섬웨어 공격,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 사고가 빈발하고 규모도 급증하고 있어 사이버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다. 뮌헨재보험 등의 추정에 따르면 사이버보험의 올해 글로벌 보험료 규모는 약 22조원(160억 달러) 내외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그 밖에도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드론 등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그에 따른 신종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한편,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보험 설계가 정교해지고 있다.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보험료를 산정하는 ‘이용량 기반 보험(UBI)’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유전자 분석, 원격의료 등의 기술은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보험회사는 소비자가 착용하는 건강 밴드나 스마트워치로부터 실시간 건강 자료를 수집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보험 설계에 반영한다.

기상 관측과 AI 기반 기상 예측 기술도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위성 데이터와 자동 센서를 활용해 농작물 피해나 재난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술의 발달로 더 정확한 손해사정이 가능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험공동체를 구성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보험 제도는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다만, 기술의 발달과 정교화가 위험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취약계층의 보험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는 형의 절실함이 시스템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를 사회적 안전망으로 대비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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