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투자금 3500억달러에 대해 “선불”이라고 했다. ‘현금 직접 투자’가 미국 요구임을 못 박은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과 전면 상충된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투자액에 대해 우리는 대출·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비망록’에도 적어뒀다. 김 실장은 전날 “(7월 31일 관세합의) 이후 미국이 양해각서(MOU)라고 보낸 문서에 판이한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이 말을 바꿨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우리는 론(대출), 개런티(보증), 투자 등 우리 식으로 구분해 규정하자고 하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난 뒤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은 양국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의 ‘일본식’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대출·보증과 일부 투자’로 패키지를 구성하고, 외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 간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하며, 합리적인 투자 결정·수익배분을 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에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나 외환시장 인프라 등에서 일본과 다르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신과 인터뷰에선 통화스와프가 없다면 한국은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 ‘상업적 합리성’을 ‘충분조건’이라고 했다.

우리로선 미국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 없다. 통화스와프와 ‘상업적 합리성’을 지키며 조속히 관세 15%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재로선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다. 당장 환율이 요동치고, 여전히 관세 25%가 적용되는 자동차 대미 수출은 급격히 줄고 있다. 이 대통령이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월가 큰 손들에 “대한민국 주식은 저평가됐다”며 투자를 독려했지만 한미 협상 전개에 따라 우리 증시 상승장도 언제든 찬물을 맞을 수 있다. 국민과 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상 전략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소통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대비할 수 있고, 정부는 응집된 국론을 버팀목으로 협상에 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