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긴 연휴가 시작됐다. 고향을 향해 도로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량행렬을 보노라면, 마치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를 연상케 한다. 동물이 나고 자란 곳을 찾아가는 귀소본능은 사실 인간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강원도 산골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필자는 이후 군 생활을 빼면 줄곧 서울 등 수도권 도시에서 살았다. 1991년 결혼 후 5년간은 소위 셋방살이를 했다. 그러다가 고양시에 꿈에 그리던 첫 내 집을 마련했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곳으로 필자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뻐꾹새였다.
당시 선착순 모집 중인 한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야트막하게 감싼 산속에서 뻐꾹새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마치 총성처럼 귓전을 때렸다. 귀소본능을 각성케 한 이 자연의 소리에 필자는 홀린 듯 바로 매매 계약을 했다.
첫 내 집에 입주한 후 10년 간 살다가 좀 더 넓은 아파트로 두 번 더 옮겼다. 그렇지만 우리가족에겐 이 작은‘뻐꾹새 둥지’야 말로 최고의 집이었다. 번잡한 고밀도의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는 주변의 자연환경이 있었기에.
2010년 가을, 아예 도시를 내려놓고 강원도 홍천 산골에 가족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은 뻐꾹새가 일깨워준 귀소본능을 과감하게 결행한 완결판이었다. 만 15년째 살고 있는 홍천 집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연둥지’. 다소 불편하고 부족한 점도 없진 않지만, 자연이 선물하는 자유와 치유를 온전히 누리며 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귀소본능이 잠재된 도시민들에겐 자연이 감싼 시골은 꼭 나고 자란 곳이 아니어도 어디든지 고향처럼 느껴진다. 비록 귀농·귀촌 열풍은 한풀 꺾였지만 은퇴 전후의 50·60대를 비롯해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많다.
행복한 전원생활의 출발은 입지에 달려있다. ‘부동산은 입지다’라는 말처럼 땅과 집을 기반으로 하는 귀농·귀촌 또한 입지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유념할 점은 시골로 가는 귀농·귀촌이라고 해도 ‘도시와 단절’이 아니라 ‘도시와 함께’라는 것. 의료 교육 일자리 문화 등을 연계할 수 있는 인근 도시로의 접근성을 갖추는 한편 자연으로부터 깨끗한 물과 공기, 더 나아가 자유와 치유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최상이다. 가족이 거주하는 ‘시골둥지’는 보기에 좋은 집보단 저에너지와 건강을 구현한 살기에 좋은 집이 포인트다.
그런데 시골빈집은 갈수록 늘고 있다. 빈집은 흔히 흉물로 여겨지지만 잘만 활용하면 소중한 자원 즉 농촌 재생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의 교류 공간, 도시민의 세컨드 홈, 카페·숙박 같은 창업 공간 등 활용도는 다양하다. 이에 새 정부는 △‘빈집은행(그린대로)’을 통한 거래 활성화 △개조를 통한 창업·공동체 공간 조성 △빈집 자원화를 위한 ‘농어촌정비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귀소본능의 종착지는 시골둥지다. 보다 파격적인 사업 발굴과 제도적 지원 확대로 시골빈집이 도시민의 귀소본능을 깨우고 행복한 전원생활로 가는 새로운 길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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