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목표로 했던 도심항공교통(UAM)의 2025년 상용화가 불발이다. 선도국인 미국과 유럽도 시기를 계속 늦출 만큼 상용화는 까다롭기 때문이다. 교통의 미래를 확 바꿀 이 신산업은 비행체와 이착륙 인프라, 이동통신과 관제 등 수많은 조각의 퍼즐이 맞춰져야 완성되는 사업이다. 공상과학 같은 우버의 100쪽짜리 백서를 통해 UAM의 개념이 세상에 나온 게 2016년이고, 국제전자박람회(CES)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의 가능성을 확인한 게 2020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국토부는 그해 K-UAM 로드맵을 발표하고, 정부와 산업계, 학계와 연구계 등 47개 단체로 구성된 ‘드림 팀’을 발족했다. 대한민국의 역동성이 담긴 접근이다. 그런데 준비 단계부터 주춤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열기가 처음 같지 않은 데엔 산업체가 대부분 개발을 부담하는 비용 구조가 작용하고, 상용화 목표 시기가 2028년으로 늦춰진데다 최근 경영환경의 악화, 제자리걸음인 버티포트 사업 등이 추진동력 위축의 배경일 것이다. 작년에 시작한 1천억 원 규모의 R&D 사업이 내년이면 종료되지만, 상용화를 목전에 둔 이 산업의 낙관적 미래는 변한 게 없다. 사업성이 확인된 이상 일단 탄력이 붙으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항공은 태동부터가 그랬다. 이전까지 수많은 기구와 인간이 하늘을 날았지만, 동력으로 비행에 성공한 건 1903년. 지상을 이탈해 불과 12초간 36m를 이동했지만, 1919년에 KLM 항공이 설립될 만큼 산업은 급팽창했다. UAM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예고한다. 도시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연관산업에 대한 연쇄적 기술혁신을 가져온다.
지금 이 뜨거운 글로벌 경쟁은 모두 수요자를 향한다. 어떤 생태계든 리더는 제품의 운용자이기 때문이다. 개인용 교통의 시장수요를 잘 아는 우버가 자신의 니즈를 반영해 UAM의 개념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이다.
누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까. 시범사업부터 치열하다. 작년 7월 파리올림픽의 시범 운항이 무산된 후 9월엔 일본이 오사카 엑스포의 승객 탑승 계획을 철회했다. 이렇게 상용화가 지연되는 문제의 핵심은 안전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비행체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기체 설계가 기술기준에 적합함을 입증하는 형식증명, 승인된 설계대로 기체를 대량 생산하는지를 확인하는 생산증명, 그리고 운송사업자가 안전한 운항체계를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운항증명의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상용화가 가능해진다. 시행착오는 그래서 불가피하지만, 경쟁국들의 지원정책은 공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임시 규제 특례를 마련한 데 이어 올 6월엔 초기서비스 발굴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선도국도 이렇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이 경쟁에서 크게 불리한 건 없다. 상용화를 위한 버티포트와 운용시스템, 법·제도와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부는 지금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총 4천억 원 규모의 2단계 R&D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확고한 지원으로 K-UAM 상용화를 흔들림 없이 준비할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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