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3.75~4.00%로 조정했다. 두 달 연속 인하다. 동시에 오는 12월 1일부터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도 종료하기로 했다. 2022년 6월 이후 이어온 긴축 기조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올들어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실업률이 다소 상승했다”며 “최근 몇 달간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 월평균 신규 고용은 2만9000명에 그쳤고, 실업률은 4.3%로 상승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3.0% 올라 목표치를 웃돌았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은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10명이 찬성했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0.5%포인트 ‘빅컷’을 주장했고,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동결 의견을 냈다. 위원 간 견해차가 뚜렷했음을 보여준다. 파월 연준 의장도 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양적긴축 종료도 주목된다. 연준은 지난 2년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채권금리 불안과 기업 자금조달이 위축됐다. 연준이 QT를 중단하고 만기 MBS 자금을 단기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한 것은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고 경기 둔화 대응을 동시에 꾀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완화적 정책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조정 여력이 생겼다. 29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환율 안정 기대도 커진 점은 우호적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집값은 10월 한 달간 1.46% 상승했고, 집값전망지수도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으로 일시적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언제 뛸 지 알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미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점진적 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한은도 국내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성장률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금리 인하는 오히려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동,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 경제 회복과 물가·금융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적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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