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민군관계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인공지능(AI) 전환으로 대표되는 기술혁명과 함께 자유무역의 퇴조와 공급망 경쟁의 심화, 그리고 전 세계에서 확인되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민군관계는 전통적인 민간과 군이라는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정치·기술·산업이 결합된 복합적 관계로 재편되고 있다. 2020년대 이후 축적된 전 세계 민군관계 연구를 종합해 보면 이러한 변화는 세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수렴된다.

첫째, 민주주의 후퇴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선출된 권력이 군을 대상으로 비민주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민군관계의 주요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AI 전환이 가속화하는 환경에서 민군관계의 핵심 주제인 문민통제가 ‘군인을 통제하는 문제’를 넘어서 ‘자율무기와 알고리즘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확장돼 인간·기계 차원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자유무역이 기술패권 경쟁으로 대체되면서 국가 첨단기술의 원천을 보유한 민간 기술기업의 판단과 이해관계가 국가안보를 제약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사회·군·산업 간 새로운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도 민군관계의 주요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그것이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과 군의 자정 필요성 인식이 기존 국방개혁 담론과 결합해 다시 등장한 만큼 본질적으로 민군관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오늘날 민군관계의 핵심쟁점들과 거리가 있는 다음 세 가지 초점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합동성 문제다. 사관학교 통합이 군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과 이에 비해 장교 보수교육 체계의 통합이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둘째는 쿠데타 및 불법계엄 방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특정 출신 집단의 영향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하여 통합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함께 반대로 단일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정치화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병존한다. 셋째는 전통과 효율성의 문제다. 각 군 사관학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통합을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초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주장들의 재현에 그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술 변혁에 따른 민군관계 재편이라는 오늘날의 시대적 배경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조직 개편의 장단점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사관학교 통합 이슈는 민군관계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위기와 AI 시대에서의 문민통제, 그리고 군과 사회·산업 관계의 재정립이라는 맥락에서 사관학교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통합 여부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민군관계를 지향하며 그에 부합하는 군 교육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은 ‘사관학교를 합칠 것인가’가 아니라 ‘미래의 민군관계를 감당할 군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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