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청문 절차 본격 시작

매파성향에 채권 시장 선제 반응

실제 인상 기조 전환은 두고 봐야

시장소통 줄이면 장기국채 금리↑

‘금융안정’ 방점…CBDC 더 박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해 8월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SWC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현재 상황’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ESWC 제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해 8월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SWC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현재 상황’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ESWC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를 덮친 가운데 차기 통화정책 사령탑으로 지명된 신현송 전 BIS(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국장의 인사청문 절차가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용주의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불리는 신 후보자가 등판하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관건은 신 후보자가 학계와 국제기구에서 보여온 학계의 소신을 한은 총재로서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특히 한은의 소통 방식, 금리 경로, 금융 안정 등 정책 패러다임 전반에 미칠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다음주 청문 절차 본격화…총재 ‘공석’ 우려는 여전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총재 후보자가 2023년 2월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세미나에서 대담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총재 후보자가 2023년 2월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세미나에서 대담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현송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는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창용 총재의 임기(4월 20일)까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오는 31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신 후보자 총재 임명 안건을 심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인사혁신처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본격적인 청문 절차가 시작된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청문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당이 정쟁을 앞세우면서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여당으로서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라는 급한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이후 위원장은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한다. 이 총재의 임기 만료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역대 두 번째 총재 공석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의 경우 2022년 4월 4일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이후 20일 공식 취임까지 16일가량 걸렸다. 이주열 전 총재를 보면 2014년 첫 취임할 당시 요청안 제출이 3월 7일이었는데, 취임은 25일 뒤인 4월 1일이었다. 2018년 연임 때도 3월 7일 요청안 제출, 4월 1일 취임으로 25일가량 걸렸다. 오는 3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바로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이창용 총재 퇴임까지는 20일 남짓밖에 남지 않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여당 한 관계자는 “남은 시간상 임명동의안이 이번주 중에는 넘어왔어야 하는데 좀 늦춰지는 분위기”라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총재가 공석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추경 등 다른 중요한 이슈도 있어 총재가 제때 임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매파 성향’에 채권금리 ↑…실제 금리 인상은 ‘미지수’

시장은 신 후보자가 차기 총재로 지명된 직후부터 들썩이고 있다.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동안 신 후보자의 발언 등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2024년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기대치가 불안정해지면 낮추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며 “그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안정적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채권 시장은 신 후보자 지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2일 정부의 후보자 지명 직전 거래일인 20일 국고채 3년 금리는 3.410%였는데, 27일에는 3.582%로 0.172%포인트 올랐다. 특히, 26일에는 정부가 5조원 규모의 ‘국고채 긴급 바이백(상환)’을 실시하겠다는 발표에도 금리는 잠시 하락했다 오후 다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이 커진 동시에 신 후보자의 매파적 성향이 먼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신 후보자가 실제로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학계나 국제기구 관계자로서 신 후보자와, 한국 중앙은행의 총재로서의 신 후보자의 고려 사항이나 관점 등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자’로도 통하는 신 후보자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사태에 대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장기적인 시계에서 물가 추이를 보면서 금리 인상을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하나…채권 ‘기간 프리미엄’ 오를 수도

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제시)’ 운영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8년 BI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정책 준칙을 수립할 때 시장 신호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자기파괴적(self-defeating)’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발언들을 토대로 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를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금융통화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내는 점도표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만약 신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할 경우 채권 금리는 보다 더 다양한 지표들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오르면서 장기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뛸 가능성도 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만기가 긴 채권에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를 의미한다. 채권을 오래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을 금리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켄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금리 경로에 대해 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수록 장기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현행 기조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 후보자가 지적한 것은 과도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폐해인데 한국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거의 하지 않다가 이제 막 시계를 조금 늘린 수준”이라며 “조건부 전망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신 후보자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 안정에 리스크 과소평가”…‘금융안정’ 무게추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신 후보자가 통화정책에서 ‘금융 안정’에 얼마나 힘을 줄지도 관건이다. 신 후보자는 금융 안정과 거시 건전성 분야의 석학으로 통한다. 신 후보자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벌써 한은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금융안정국은 ‘긴장 모드’ 상태라는 얘기도 들린다.

신 후보자는 앞으로 금융사의 과도한 차입 레버리지(확대)를 제약하는 등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그는 은행의 자금 조달구조에서 예금 이외의 외화 차입금, 부채 증권,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소위 ‘비핵심 부채’가 급속히 늘면 금융시스템 취약성이 커진다고 경고해왔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사모대출 펀드런’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취임 이후 우선적으로 살필 가능성도 있다. 사모대출이란 비은행 금융중개회사의 대출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풍선효과’로 투자회사,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사모대출을 급속도로 늘렸는데 최근 환매 요청이 급속도로 늘면서 금융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금융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금리 인하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 후보자는 2012년 전미경제조사국(NBER)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물가와 생산의 안정은 시장 참가자들이 경제 내 리스크 수준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신용 주도 버블(거품)을 오히려 조장할 수도 있다”며 “버블이 터진 뒤 수습하기보다는 잠재적인 버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leaning against)해야 한다는 논거가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CBDC 박차 전망…스테이블코인 우려 목소리 적극 낼까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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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업(한강 프로젝트)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지금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강 프로젝트는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후보자는 최근 BIS에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토대로 한 토큰화된 화폐(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한강 프로젝트 자체가 신 후보자에게 자문하며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자는 2023년 BIS 보고서에서 토큰화된 화폐의 주요 기능으로 ▷여러 작업을 한번에 할 수 있는 결합성(composability) 확대 ▷스마트 계약을 통한 조건부 작업 수행 등을 꼽았다. 다만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민간의 토큰화된 화폐들은 화폐의 기본원칙인 단일성(어디서나 같은 가치)을 파괴하고, 경제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고, 자금세탁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대신 그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를 통해 이런 부작용들을 낳지 않으면서도 토큰화된 화폐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상반기 중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은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기관용(도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실험 참여 금융기관 등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금융소비자가 이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작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한은이 성격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 강하게 목소리를 낼 위치는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반대하는 대표 주자가 됐다”며 “평소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신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