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가 2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참전을 공식화했다.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황에서 후티가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또 다른 핵심 경로인 홍해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날 미군은 해군 및 해병대 병력 약 3500명의 중동 추가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주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2000명을 중동으로 파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9일 현재 중동 내 미군 병력은 5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이란에서 수주간에 걸친 지상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홍해가 문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이어지는 홍해는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핵심 경로이자 중요 해상 무역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원유 물동량은 2023년 하루 평균 930만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까지 차지했다. 후티는 2023년 가자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등 상선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한 때 일대 해상 교통을 마비시켰다. 후티가 이번에도 같은 작전을 편다면 국제 원유시장에 추가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 후티의 이스라엘 공격 후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115달러를 넘었다(한국시간 30일 오전8시 기준).

홍해는 우리 기업들의 유럽 수출길이기도 하다. 평시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대유럽 수출 물량의 최적 경로는 수에즈 운하다. 지난해 한국의 유럽연합(EU) 수출액은 701억4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홍해가 막히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거쳐야 하는데 이 경로를 통한 아시아~유럽 운송기간은 수에즈운하 통과보다 10~15일 더 늘어난다고 한다.

후티의 참전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주변국들로의 확전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르그섬을 비롯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 장악 등의 미군의 지상전 개시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제1차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중동전쟁 여파가 19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우리 경제 복합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유가가 120~130달러로 오를 경우 차량 5부제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막연한 낙관이나 공포다. 차분하고도 선제적인 자세로 민관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