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압도적 다수를 점했다. 4일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12곳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4곳을 지켜냈다. 종전 5대12 구도가 4년 만에 12대4로 뒤집혔다. 수치만 놓고 보면 민심은 지방권력의 중심축을 민주당으로 이동시키며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여당의 낙승이 예상됐던 서울에서는 국민의힘이 승리했고,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혔던 대구와 경남에선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가장 열세로 평가받던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김용남(민주)·조국(조국혁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부산 북구갑에서도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하정우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여당은 강한 국정안정론 바람을 등에 업었지만 정작 서울을 비롯한 최대 승부처에서는 패하거나 고전했다. 국민의힘은 막판 보수층 결집 효과를 얻었으나 전체적으로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 역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서울에서만 최소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상처 입은 선거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역 발전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지 못한 책임은 여야 지도부에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양당은 공천 과정부터 끊임없는 잡음을 노출했다. 지도부는 ‘내란 청산’과 ‘공소취소 저지’ 같은 정쟁 구호에만 매달렸다. 민주당에서는 친문과 친명, 전통 지지층과 신규 지지층 간 갈등이 불거졌고,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과 친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내분이 계속됐다. 양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보다 차기 당권 경쟁에 지도부가 더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증시 활황과 수출 증가, 경제 성장의 과실을 지역에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 반도체와 인공지능,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인프라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은 실종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했고, 보수야당의 퇴행을 심판했다. 또 ‘낡은 세력’과 ‘과거 담론’으로부터 벗어나 혁신하고, 협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민주당은 되찾은 지방권력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은 물론 야당의 지방정부와 협치해야 한다. 국민의힘 또한 내부 갈등과 과거 회귀 논란을 정리하고 오로지 국익을 위해 중앙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