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고 한다. 1972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이 본격적인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올해 교육교부금은 본예산 기준 71조7000억원이었지만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7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가 추가로 반영되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고, 내년에는 8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올해 초·중·고 학생 수는 483만7000명으로 처음 5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분된다. 학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고 교실조차 부족하던 시절, 교육만은 재정난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학령인구는 반 토막이 났는데 제도는 그대로다. 그 결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402만원에서 올해 16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쓰고도 남는 교부금이 20조원에 달한다. 이러니 ‘고3 100만원’, ‘학원비 40% 지원’ 같은 교육감 선거 공약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반면 대학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연구비 부족도 심각하다. 초·중등 교육 현장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작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고등교육은 재원 부족에 허덕이는 기이한 구조가 된 것이다. 진작 손을 봤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우선 초·중등 교육에 묶여 있는 재정의 칸막이를 없애 대학도 이 돈을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인데, 당연한 방향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성패는 결국 대학과 대학원이 길러내는 인재와 연구 역량에 달려 있다. 교부금은 이런 미래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에 쓰는 게 맞다. 내국세 연동 방식도 보다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처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예산으로 자동 할당하는 나라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교육 수요와 재정 여건을 따져 예산을 조정한다. 1970년대 ‘콩나물 교실’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를 저출산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교육교부금은 오랫동안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경제 수준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역대 정부는 교육계 반발을 의식해 근본적인 개혁에 손을 대지 못했다. 국가 자원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를 바꾸는 게 그만큼 어렵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낡은 제도와 규제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