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980년생. 월급 200만원에서 출발한 맞벌이 공무원. 보증금 3000만원 반지하 전셋집에서 시작한 강 팀장은 현재 시세 30억원대 흑석동 신축 입주권을 보유한 자산가다.
2004년 결혼해 관악구와 서대문구 강서구의 반지하, 빌라 등으로 6번의 이사를 거친 끝에 결혼 10년 만에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에 입주한다. 아이가 셋이라,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이 된 것이다.
☞강 팀장의 결혼 10년까지의 마곡 자가 마련기가 궁금하다면
결혼 후 10년 만에 갖게 된 자가였지만, 다른 복병이 있었다. 마곡 아파트는 84㎡(이하 전용면적). 방이 3개였다. 첫째가 중학생이 되자, 공부량이 늘어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다. 둘째는 “형 때문에 못잔다”고 볼멘 소리를 시작했다.
“더 큰 집으로 가야겠다” 결심했다.
“엄마, 형이랑 방 따로 쓸래” 가 부른 8번째 이사, 계약금 날릴 뻔 했다
2017년 여름, 강 팀장은 부부는 아이들을 위해 강서구의 방4개 아파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학교, 학원을 고려해 기존 주택과 차량 10분 거리에 있는 단지를 위주로 선택지를 좁혔다.
그렇게 찾은 집은 매매가가 7억원 후반대인 98㎡ B아파트였다.
당시 강 팀장이 거주하는 마곡N단지 84㎡는 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매도 후 조금만 돈을 보태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없었다.
그는 “제가 집을 계약한 시점이 문재인 정부의 8·2대책이 나오기 직전이었는데 시장 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면서 “살던 집이 팔릴 줄 알고 계약을 한 상태였는데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이미 이사 날짜가 정해진 상태에서 강 팀장 계약을 취소할 수 없었다.
부부는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일단은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3억5000만원)을 활용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자금을 구할 길이 없었다.
“집이 안팔려요? 돈 구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이사갈 곳 집주인이 말했다.
이사갈 B아파트 집주인이 강 팀장 사정을 알고는 먼저 “기다리겠다”고 했다. 강 팀장은 “신축 입주를 앞둔 의사부부였는데 사정을 이해해 두 달 가까이 계약을 늦추고 기다려줬지만, 자금은 여전히 모자랐다”고 했다.
귀인은 또 있었다. 친척 한 명이 강 팀장의 부모님으로부터 사정을 듣고는 차용증을 쓰는 조건으로 2억원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집은 다음해인 2018년 가을에 팔렸다. 매도가는 11억원. 1억원을 모아 4억원대에 입주했는데, 4년 만에 1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이 생겼다. 빚 5억원을 정리하고도 자금이 남았다. 강 팀장은 그 돈으로 아이들의 교육과 재테크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제가 어릴 적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집을 판 돈으로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사립학교를 보내고 한편으로는 남편과 함께 경제 블로그와 경제신문, 미국주식을 공부하면서 자산을 불리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흑석 재개발 구역서 살면, 입주권 받을 수 있대” 9번째 이사를 결심했다.
문제는 강서구 아파트 아래층과의 갈등이었다. 아이들이 기숙사에 있다가 주말에만 왔는데도 층간소음 항의가 과했다.
당시 동작구가 근무지던 강 팀장은 이사 고민을 동료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동료가 소개해 준 공인중개업소가 흑석동 재개발 구역에서 살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교회 지인을 비롯해 부동산을 하시던 여러 분들의 조언을 구해 보니, 나쁘지 않겠다 싶어 계약을 결심했다.”고 했다.
신혼 때 부모님의 재개발 투자를 겪어 본 강 팀장은 정비사업의 기본적인 구조에 대해 알고 있었다. 지인이 소개해 준 매물은 대지지분이 커서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다가구주택이었다.
흑석C구역에 있는 해당 D주택의 가격은 약 15억원.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아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는 조건이었다.
당시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하임 84㎡의 가격은 18억원~19억원대로 새집을 살 여력이 안 된것도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강 팀장은 “회사 근처 신축아파트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서 살 수가 없었고 재개발 주택이라도 사 두면 새집을 얻을 수 있다고 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은 집값 상승이 계속되며 거주 중인 강서구 B아파트의 가격이 게속 오르고 있던 시기였다.
강 팀장 부부는 B아파트를 판 대금과 마곡아파트를 매도한 차익, 추가 대출을 활용하면 주택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B아파트는 매도를 결심하자마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렇게 강 팀장은 7억원 후반대에 샀던 B아파트를 12억5000만원에 매도하고 생긴 차익 5억원, 마곡아파트를 매도해 만든 5억원을 더해 10억원을 만들었다.
“여보, 1억원이 부족해”
잔금일 이틀 전, 자금을 준비하던 강 팀장은 자금이 부족한 걸 발견했다. 강 팀장은 “계획적으로 이사를 준비한 게 아니다 보니 자금 계산을 잘못한 걸 잔금 직전에 알았다”면서 “회사에 급히 연차를 내고 남편과 저의 퇴직금을 담보로 각각 5000만원을 빌려 겨우 자금을 마련했다”고 회상했다.
D주택은 입주 후 얼마되지 않아 출입문이 고장날 만큼 노후가 심한, 지은 지 50년이 넘은 2층 집이었다. 강 팀장은 주거의 질은 낮아졌지만 강서구에 비해 출퇴근 시간이 줄고 작은 텃밭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막내까지 기숙학교를 가게 돼서 2층은 세입자를 받아 이자 부담을 줄였다”면서 “부모님이 젊은 시절, 분담금이 두려워 포기했던 재개발 몸테크를 이번에는 내가 끝까지 해내야 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흑석동으로 이사 후 2년 반쯤 지나자 해당 구역은 이주를 시작했다.
대신 4%대 이자로 이주비 대출을 8억원 가까이 받았다.
다시 또 실거주할 집이 필요해진 강 팀장은 2023년 봄,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
결혼 후 10번째 이사였다.
임대사업자 물건이라 시세 대비 저렴한 3억8000만원으로 입주가 가능했다. 강 팀장은 “1억8000만원은 저희 돈으로, 2억원은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했는데 관리비까지 하니 월 주거비가 100만원이 들었다”면서 “새집이 준공될 때까지 수년이 걸리고 계속 이렇게 돈을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마음 편히 지낼 곳이 필요하다’
강 팀장은 또 한번의 결심을 한다. 흑석동 입주 전 실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빌라를 사기로 한 것이다.
예산은 2억원으로 잡았다. 아이 셋이 대학 입학을 앞둔 만큼 이주비 대출을 모두 활용하기란 부담이 컸다. 경기까지 후보지를 넓혔다. 주말마다 경기 안양, 서울 구로 등 예산에 맞는 지역을 임장했지만 예산에 맞는 주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2024년 가을, 강 팀장은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를 찾았다. 자신이 가장 잘 알던 동네이기도 했다.
그는 “방3개짜리 구축이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살기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면서 “나중에 처분해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전월세 살이를 하는 것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두 아이들이 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집 크기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3000만원을 들여 바닥과 벽을 포함한 실내를 리모델링했다. 현재 강 팀장은 직장까지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 집에서 살고 있다.
흑석동 입주까지는 최소 4년이 남은 상태, 이주비 대출 이자(약260만원)은 현재 매달 나가진 않지만 입주 때는 최소 2억원이 넘는 이자 등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외 신용대출 등의 이자도 적지 않아 사실상 부부 중 한 사람의 월급은 주택 관련 비용으로 나간다.
이주비 대출의 남은 금액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의 교육비와 함께 주식투자 등에 이용되고 있다.
강 팀장의 고민은 흑석동 신축아파트 입주 이후의 삶이다. 현재 흑석N구역의 일반 물량의 분양가는 약30억원 수준으로 입주 후 시세는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저희도 은퇴가 아주 먼 얘기가 아니라서 보유세 등 세금을 낼 현금이 없을까 걱정”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보니, 마냥 기쁘지 않다. 저희 또한 고정 수입이 줄어들 텐데 좀 더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밀려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이 세 명의 대학 졸업이 남은 만큼, 나갈 돈은 커져만 가는 것도 부담이다. 한강벨트 입주권을 가졌지만 주식 투자서를 읽고 서울페이 같은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삶을 일상으로 살고 있는 배경이다.
그는 서울에 자가를 마련한 것이 치밀한 부동산 투자의 결과는 아니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돈이 없고 형편이 어려워 ‘불행하다’고 생각할 순간은 많았지만 항상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어요.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면 믿을 만한 사람을 옆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단 조언을 분별할 눈은 있어야겠죠. 어떻게 상황을 해석하고 돌파구를 찾는가에 따라 내가 살 집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저처럼 막막함을 느꼈을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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