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현 교수 ‘자영업 사업 종료 분석’
저소득 고용 자영업자 8.8%p 폐업 늘어
“최저임금만으론 생활 안전판 못 세워”
“EITC·전직·경영지원 함께 가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창업 3년 미만의 ‘직원 있는 사장님’들의 폐업위험이 8.4%포인트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영업자 전체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폐업하는 비율은 낮았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저소득 사업자, 창업 초기 사업자들은 폐업 확률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과 자영업자’라는 주제로 논문을 쓴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제’를 ‘무딘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저임금 외에도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폐업 자영업자 전직 지원, 영세사업자 경영개선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돼야 ‘최저 생활’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제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 둔 사장님’은 달랐다=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안 교수의 논문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한국의 사례’에 따르면 최저임금 10% 인상은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의 사업 종료 확률을 2.6%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논문은 한국노동패널조사와 지역별고용조사를 결합해 2013~2019년 자영업자의 사업 종료 여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자영업자 전체의 폐업확률은 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체 자영업자 기준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폐업을 뚜렷하게 늘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폐업확률 변화는 0.4%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유의미한 폐업 증가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로 좁히면 결과는 달라졌다. 최저임금 10% 인상 시 고용 자영업자의 폐업확률은 2.6%포인트 높아졌다. 논문은 이 수치가 직원 고용 자영업자의 평균 사업 종료율 8.4%의 30.9%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숫자 하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자영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직원을 둔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충격을 줬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3년 미만은 8.4%p…저소득 고용 자영업자는 8.8%p=충격은 창업 초기 사업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10% 인상 시 창업 3년 미만의 고용 자영업자 폐업확률은 8.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조건에서 사업 기간이 3년 이상인 고용 자영업자에게서는 큰 폭의 폐업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고정 고객, 운영 노하우, 자금 여력이 모두 부족한 만큼 인건비 충격을 버틸 여지가 작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저소득 고용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취약했다. 사업소득이 낮은 고용 자영업자의 폐업확률은 최저임금 10% 인상 시 8.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고용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폐업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자영업자 안에서도 이미 한계선에 가까운 사업자에게 집중됐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이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퇴출되는 자영업자를 ‘망할 곳이 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는 단순한 고용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창업했거나 퇴직 뒤 생계를 위해 가게를 연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숙박·음식점업 노출도 45.4%…도소매업도 영향권=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노출도가 가장 높았다. 논문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던 노동자 비중은 45.4%였다. 고용 자영업자 중 숙박·음식점업 비중도 19.4%에 달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많고, 직원을 둔 자영업자도 많이 몰려 있는 업종이라는 뜻이다.
도소매업도 주요 영향권에 있다. 최저임금 영향 노동자 비중은 22.3%였고, 고용 자영업자 중 비중은 21.0%로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리·기타 개인서비스업은 최저임금 영향 노동자 비중이 28.3%, 고용 자영업자 중 비중은 6.6%였다. 보건·사회복지업도 최저임금 영향 노동자 비중이 21.8%로 20%대를 기록했다.
반면 제조업은 고용 자영업자 중 비중이 15.3%로 높았지만 최저임금 영향 노동자 비중은 9.7%에 그쳤다. 같은 고용 자영업자라도 업종별 임금 구조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안 교수는 “요식업이나 숙박업은 최저임금 영향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결과만으로 업종별 차등적용의 직접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논문은 업종별 최저임금 영향률을 활용한 것이지 차등적용 자체를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만으론 부족…생활 안전판은 여러 정책 함께 만들어져야”=이번 연구는 최저임금 논쟁을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대립만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가 일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임금 하한선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만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문제, 노동시장 이탈 문제,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안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최저임금이 지향하는 것은 노동을 통해 먹고사는 사람들의 최하단을 방어하는 것이지만, 그 목표는 최저임금 하나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장려세제 같은 소득보전 장치, 폐업 자영업자의 전직 지원,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경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업 이후의 이동 경로도 정책 설계의 핵심이다. 논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을 종료한 고용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이동하기보다 비취업 상태로 전환되는 경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가게를 접은 사장이 곧바로 월급을 받는 노동자로 흡수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논문은 사업을 잃은 자영업자가 새로운 사업이나 경력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소득 보호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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