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세계 암 보고서 “현대인 식습관·비만이 조기 발병 원인”

2050년 신규 암 환자 66% 급증…젊은 층 증가세 가장 가팔라

암 환자 가구 절반 재앙적 의료비 부담…생애 주기 전반 위기

암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암은 노년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최근 50세 미만 성인층에서 암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건강 자산이 비교적 탄탄하다고 믿었던 젊은 층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간한 ‘2026년 세계 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암의 지형도가 젊은 세대를 향해 급격히 이동하는 이른바 ‘조기 발병 암(Early-onset cancer)’ 쇼크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명시된 누적 데이터를 보면 충격은 더 가시화된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약 30년간 전 세계 50세 미만 성인의 조기 발병 암 발생률은 무려 79.1% 폭증했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의 장기 추적 분석에서도 50세 미만 연령 집단은 전 세계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암 발생률이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계층으로 조사됐다. 기존 보건 학계가 암을 고령화에 따른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대비해 온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이 같은 젊은 암의 득세는 특정 암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갑상선암과 유방암의 경우 선진 보건 시스템의 조기 스크리닝 확대로 인해 수치상 발견이 늘어난 과잉 진단 측면이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정기 검진 대상이 아닌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대장암(Colorectal cancer) 등의 가파른 상승세는 진단 기술의 발달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WHO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초가공식품의 섭취 증가, 액상과당과 배달 음식 중심의 부적절한 식습관, 만성적인 신체 활동 부족, 비만율의 유례없는 상승 등이 장내 미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을 변화시키고 세포 변이를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환경적 요인과 호스트 간의 복합적 상호작용이 결합되면서 암 유발 인자가 더 이른 나이에 발현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암 선고가 개인의 신체적 고통을 넘어 한 세대의 사회적·경제적 중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회 활동이 가장 왕성하고 가정을 일구기 시작하는 20대에서 40대의 암 발병은 노동 생산성 손실을 유발하고, 환자 가구를 즉각적인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는다. 보고서는 전 세계 암 환자 가구의 약 45~60%가 재앙적 건강지출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가계 파산을 유도하는 핵심 지표라고 고발했다.

실제로 내가 직접 암에 걸리거나 가까운 가족이 암 진단을 받아 간병인 등으로 생애 전반에 걸쳐 암의 파괴적 영향권에 들어갈 확률은 전 세계 인구 기준 92%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암이 인류 보편의 위험이자 삶의 방식을 통째로 뒤흔드는 사회적 질병이 된 셈이다. 특히 간병을 책임지는 가족 구성원은 주당 평균 45시간에 달하는 무급 노동을 제공하며 고용 단축이나 직장 상실 등 극심한 커리어 단절을 겪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의 부담은 더 무겁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암 환자는 2060만명 수준이었으나, 인구 고령화 및 기대수명 연장, 그리고 위험 인자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겹치면서 오는 2050년에는 신규 환자가 매년 35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불과 20여 년 만에 전 세계 암 발생 규모가 66.7% 급증한다는 계산이다.

WHO는 암 예방 전략을 국가 보건 정책의 중심에 두고 일차 의료 단계에서부터 젊은 층의 증상 인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신체 이상 신호를 단순 피로나 일시적 증상으로 치부하다 치료 적기를 놓치는 ‘진단 지연 인터벌’을 단축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글로벌 암 정책은 단순히 데이터나 과학적 연구 결과를 넘어, 질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의 경험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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