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00억 상폐 기준에 걸린 두 토종기업 극적 반등
참전용사 후원·노재팬 서사에 개미 결집…연일 급등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퇴출 문턱까지 몰렸던 두 토종 기업의 주가가 며칠 새 극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적 개선도, 신사업 발표도 없었다.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은 ‘이 회사를 지키자’며 결집한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문구기업 모나미는 전날 25.66% 오른 21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 24.69% 급등에 이은 이틀 연속 폭등이다. 이달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높아지면서 모나미 시총은 지난 7일 248억원, 8일 259억원까지 내려앉아 퇴출 사정권에 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틀 만에 405억원으로 불어나며 기준선을 훌쩍 넘어섰다.
수산식품 기업 한성기업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됐던 이 회사는 25년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조용히 후원해 온 사실이 온라인에서 재조명되면서 분위기가 뒤집혔다. 대표 제품 ‘크래미’ 구매 인증이 이른바 ‘돈쭐’ 열풍처럼 번졌고 매수세가 뒤따랐다. 지난 9일 상한가에 이어 10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총은 500억원을 돌파했다.
두 회사 모두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는 점과, 국민들이 나서서 ‘애국 매수’가 겹쳤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특히 모나미는 지난 2019년 ‘노 재팬’ 국면에서 일본산 필기구의 대체재로 떠오르며 굳어진 ‘국민기업’ 이미지가 이번에도 소환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산 기업을 증시에서 내쫓을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매수 인증이 잇따랐다. 한성기업 주식을 쓸어담던 개인들이 모나미로 옮겨가는 흐름도 관측됐다.
회사도 화답했다. 송재화 모나미 사장은 이날 자필 감사문을 통해 “상장 폐지가 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나미를 믿고 응원하며 함께해 주신 여러분의 마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됐다”며 “모나미가 걸어온 60여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실적 재료 없이 개인의 집단 매수만으로 주가가 치솟았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2021년 미국 게임스톱 사태를 떠올리는 시각이 나온다. 당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심점으로 결집해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게임 유통업체 주가를 수십 배 끌어올렸다. 당시 게임스톱의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가자, 공매도 세력과의 대결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묻지마 투자’ 경고음도 나온다. 모나미는 2023년 영업손실 23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2024년 38억원, 지난해 59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폭이 커졌고 올해 1분기에도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구 본업이 구조적으로 쪼그라드는 가운데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신사업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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