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긴급 증시 진단
AI투자 의구심·차익실현에 투자심리 위축
선행 PER 6배 국내 증시 여전히 ‘저평가’
2분기 실적 시즌 후 3분기 상승세 전망
반도체·AI 주도…방산·전력기계 등 주목
“레버리지 줄이고 실적주 분할매수” 조언
코스피 지수가 최근 6000선까지 급락하면서 향후 증시 전망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조정을 ‘실적 악화’가 아닌 ‘공포와 수급이 만든 과도한 가격 조정’으로 진단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외국인 차익실현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기업 이익 훼손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빅테크의 2분기 실적과 인공지능(AI) 투자 계획 등에 따라 3분기 증시 랠리가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은 변수로 꼽았다.
▶하락, 반도체 피크아웃으로 시작돼 레버리지로 증폭=22일 헤럴드경제가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LS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현재 하락을 추세적 약세장의 시작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센터장들은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 외국인 차익실현, 레버리지 청산과 상장지수펀드(ETF) 리밸런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논란과 AI 투자 회의론 속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신용융자의 ‘숏 감마’ 효과가 강제 매물을 유발하며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급등 이후 차익실현 욕구에 AI 반도체 관련 노이즈와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고,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에서 수익화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락장 성격을 두고는 한 목소리로 조정 국면이라 평가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나 이익 붕괴가 아니라 AI 투자 사이클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수급 충격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강세장 내 고변동성 조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5.8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4배)와 코로나19 당시(8.5배)보다도 낮다”며 “이익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먼저 급락한 만큼 명확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박연주 센터장도 “코스피200 선행 PER이 약 5.5배까지 내려와 역사적 하단 수준”이라며 “시장의 공포가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최현재 센터장과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 역시 현재 PER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이익 추정치가 유지되는 한 현 구간은 매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등의 조건, AI 투자 재확인…반도체가 주도=센터장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반등 조건은 미국 빅테크의 실적과 AI 투자 가이던스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금리 안정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신뢰 회복, 주요 기업의 실적 확인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반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승택 센터장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실적에서 AI 투자와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확인된다면 실적 발표 이후 상승 흐름이 재차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현재 센터장은 2분기 빅테크 실적에서 AI 투자 사이클이 유효함이 확인되고 금리 부담이 완화되면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고, 윤창용 센터장은 “시장은 당분간 실적 숫자보다 향후 투자 계획과 성장 지속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등을 이끌 업종으로는 7명 모두 반도체와 AI를 1순위로 꼽았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가 중심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후 수급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중호 센터장은 “반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작하겠지만 이후에는 방산, 전력기계, 반도체 소부장, 화장품, 음식료 등 소외 업종으로 온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 역시 구조적 이탈보다는 차익실현과 리밸런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승택 센터장은 “국가 펀더멘털 훼손에 따른 위기성 이탈보다는 급등 이후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고, 최현재 센터장도 환율 안정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 외국인 순매수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창용 센터장 역시 “미국 금리 방향과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공통으로 레버리지를 줄이고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센터장들이 가장 우려한 변수 역시 AI 투자 둔화와 금리였다. 황승택 센터장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설비투자 축소 가능성을, 김동원 센터장은 장기 고금리와 자금조달 부담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신중호 센터장은 AI 투자 속도 조절과 미국 금리, 중동 지정학 리스크를, 윤창용 센터장은 AI 투자 사이클 둔화와 미국 실질금리 상승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했다.
▶‘일만피’ 전망은 여전히 유호=이번 설문에서 연말 코스피 예상 밴드를 제시한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급락에도 중장기 상승 가능성을 유지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이진우 센터장이었다. 이 센터장은 2027년 코스피 순이익 1058조원을 기준으로 12개월 선행 PER 7~8배를 적용해 연말 코스피 예상 밴드를 9500~1만900으로 제시했다. AI 전방산업 성장에 따른 이익 추정치 신뢰 회복과 수급 안정이 이뤄질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다.
최현재 센터장은 구체적인 밴드 대신 목표 코스피 상단을 1만으로 제시했다. 7000선 이하에서는 12개월 선행 PER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6배 초반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사이클이 확인되고 금리 부담이 완화되면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8000~9500을 제시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 이익 전망 상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현재 코스피의 2026~2027년 순이익 전망을 감안하면 리레이팅이 없더라도 해당 수준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신중호 센터장은 6300~8500을 예상 밴드로 제시했다. AI 생태계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소외 업종으로 수급이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홍태화·송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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