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 출간
“아이들 안쓰러워…고민 많은 시기”
“주체성 중요…실수할 기회도 줘야”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예전부터 10대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끌렸어요. 그때 마음의 온도가 조금 더 높아요. 어른들의 마음은 겹이 많은데, 어린이나 청소년의 마음은 겹이 있어도 티가 잘 나요. 그런 지점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에요.”
데뷔작 ‘5번 레인’이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아동청소년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오른 은소홀 작가가 신작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창비, 소설의 첫 만남 37)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수영부를 배경으로 한 ‘5번 레인’에 이어, 이번엔 중학교의 축제 이야기를 다룬다. 축제날 아침, 우편 동아리 ‘프롬투’에서 활동하는 다비가 편지를 배달한 후 축제 2부 사회를 맡은 학생회장 다성이 사라진다. 다비는 쌍둥이 오빠이기도 한 다성을 찾아 나서고, 그동안 몰랐던 다성의 고민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만난 은소홀 작가는 ‘축제’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예전에 다녔던 고등학교가 동아리 활성화 학교로, 모든 학생이 특별 동아리에 소속됐다. 그 덕분에 3년이 너무 재밌었다. 동아리 행사의 꽃이 축제였다”며 “언젠가 청소년들의 축제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축제 얘기를 뻔하지 않게 쓰고 싶다, 뭔가 찜찜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축제 현장과 청소년들의 감정이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이는 철저한 ‘취재’의 결과물이다. 그는 “친구가 중학교 선생님이라 축제 때 어떤 부스를 열고, 오전 오후 활동이 어떻게 구성되고, 축제와 졸업식에서 학생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자세히 물어봤다”며 “(일정이나 내용 등을) 디테일하게 알아야 하는 게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을 캐치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재가 제일 어렵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기회를 얻는 것도 너무 어렵다”며 “(내가) 그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방어적이다”고 했다.
은 작가의 작품에는 아이들의 밝은 면뿐 아니라 질투나 경쟁심, 자기혐오 같은 어두운 감정이 그려진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만큼 자기의 감정에 깊게 들어가는 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경험이 평생 남는다. 너무 깊게 들어가다 보니 되게 외롭기도 했었다”며 “그때 ‘너만 그런 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못된 생각이나 자기파괴적 생각도 많이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품은 아이들의 내면을 살피며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됐다. 버스에서 엄마와 같이 탄 어린 아이를 봤을 때 너무 예쁜데 약하고 어른의 보호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슬퍼한 적도 있었다. 그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보면서 ‘아유 귀여워. 풋풋해’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들의 감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라며 “그 안에 너무 많은 고민으로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 몸에 걸맞은 깊이가 다 있는 거지, 볼 꼬집어 주고 넘어갈 존재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명랑하게만 쓸 수는 없다”고 했다.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를 통해 독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물음표(질문)을 묻자 작가는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그냥 그 시간을 통과하기만 해도 괜찮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청소년 이야기를 할 때 우리나라 교육 제도상 입시 경쟁을 빼놓을 수 없는데, 작가가 볼 때 성과를 항상 내야 하는 6년을 보내는 이들에 대해 늘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는 “(꼭 입시 경쟁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되게 중요하다는 것, 어쩌면 그 지나가는 시간이 평생의 코어(중심)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시험 잘 봤지?’란 질문 말고 ‘그런 시간 잘 보내고 있지?’라고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 작가는 아이들이 이 시기를 잘 통과하기 위해선 “어떤 선택을 할 때 우선 본인이 뭘 원하고 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른들의 조언도 들어야겠지만 자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다성’은 이같은 현실을 모두 영리하게 아는 캐릭터다. 그는 “(다성은) 농구가 재미있지만 공부도 잘하는데, 엄마가 권하는 성과적 길이 본인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농구부를 포기하고 과학 동아리를 선택한 건 과학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다성이의 문제는 그동안 너무 고분고분했던 거라 한 번쯤 반항하는 게 필요했다. 졸업식에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잘 살 것 같다”고 봤다.
이에 비해 ‘다비’는 아직 호불호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캐릭터다. 아직 ‘0’인 상태라 아무것이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6년 안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게 조금 빡빡한데, 다비는 중학교 때는 안 됐던 것이고 고등학교 때가 되면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다성과 다비 모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선을 잘 찾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특히 다성이는 작가와 닮은 인물이다. 그는 부모님이 보기에 모범생으로 자랐고, 다비처럼 투덜대지 못한 ‘K-장녀’였다. 은 작가는 “남매가 갖는 연대감은 같은 부모를 가진 데서 온다. 부모가 어떤 상처를 주는지 세상에서 그들밖에 모른다. 그러면서 입장 차도 있다”며 “자매 얘기는 많고, 남매만의 성긴 애정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빠와 여동생은 수직 관계가 돼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쌍둥이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은 작가는 요즘 청소년들이 분열돼 대립하는 현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아이들이 여자와 남자로 갈려 적대적 감정을 많이 가진다고 들었다”며 “이런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그래서 그들의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성장을 그리는 은 작가는 ‘주체성’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은 교육 제도나 양육 문화상 주체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며 “‘빨리빨리 문화’ 속에 아이들이 헤맬 수 있는 시간이나 실수할 기회를 용인 못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실수하고 엉망진창인 시기를 겪더라도 주체적으로 자신이 선택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하지만 “남의 말을 아무것도 안 듣고 자기 안에만 골똘히 있으라는 게 아니다”며 “주변을 많이 보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살펴야 한다.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더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어른의 역할은 실수를 견디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은 온실 속에서만 살 수 없다. 무균실에서 자라는 게 건강하지도 않다”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려면 조금씩 생채기가 나면서 자라야 자생 능력이 향상된다. 어렸을 때 너무 풍족한 것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핍이 있어야만 끌어올려지는 게 있다”고 짚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을 동안에는 재밌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무 빨리 휘발되진 않는 재미였으면 좋겠다. 휘리릭 읽었는데 뭔가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 작가는 차기작으로 셋 중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최근 ‘5번 레인 Ⅱ’를 쓸 거냐는 독자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생각이 없다가 요즘 연장선상에서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축제는 언제나 물음표’도 조금 확장해서 쓰고 싶다. 이번에 ‘프롬투’만 썼는데 다른 동아리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 같다. 수아나 장예지 같은 주변 친구들 얘기도 할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도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얘기를 아이들의 로맨스로 쓰고 싶다”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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