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USMCA 공동 검토 보고서 발간

美 현행 협정 연장 동의 안 해

원산지·비시장경제국 규제 핵심 쟁점

북미 진출 기업 48.8% “사업 영향”

한국무역협회 사옥(트레이드타워) 전경.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사옥(트레이드타워) 전경. [한국무역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북미 자유무역 질서를 떠받쳐 온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검토 절차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지에 생산·공급망을 둔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현행 협정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원산지 규정, 비시장경제국 견제, 경제안보 협력 등이 후속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3일 발표한 ‘USMCA 검토 논의 동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3국은 지난 1일 USMCA 첫 공동 검토를 진행했다. USMC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20년 7월 발효된 협정으로, 발효 6년이 되는 시점에 협정 운영 성과와 연장 여부를 논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미국이 현행 협정을 그대로 연장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3국이 연장에 합의하면 협정은 2042년까지 이어지지만, 합의가 없으면 현행 협정은 유지하되 2036년까지 매년 공동 검토를 반복하게 된다. 협정이 곧바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산지와 노동, 경제안보 등 핵심 규범을 둘러싼 협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통상정책은 단순 관세를 넘어 원산지, 투자, 수출통제, 공급망 규제를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철강·배터리 등 북미 생산망과 맞물린 업종에서는 협정 개정 방향에 따라 부품 조달처와 생산지, 투자 계획까지 바뀔 수 있다.

보고서는 이번 공동 검토의 주요 쟁점으로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공산품의 원산지 규정 강화 ▷비시장경제국의 투자·과잉생산·우회수출 규제 ▷핵심광물 조달, 수출통제, 외국인투자심사 등 경제안보 협력 ▷통관·원산지 검증·인증 절차 강화 ▷노동·환경 기준 집행 강화 ▷디지털 무역 규범 조정 등을 꼽았다.

미국에서는 상당수 이해관계자가 USMCA 유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산지, 노동, 경제안보 분야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는 북미 무관세 시장의 안정성과 기존 협정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USMCA 당사국은 아니지만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북미 지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거나 현지 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산지 규정과 공급망 규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북미 3국향 수출은 2016년 810억달러에서 지난해 1450억달러로 10년간 79%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북미 3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는다. 같은 기간 북미 3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연간 해외직접투자(FDI)는 155억달러에서 286억달러로 85% 늘었다.

무역협회가 미국·멕시코·캐나다에 진출하거나 투자한 한국 기업 4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려가 확인됐다. 응답 기업의 48.8%는 USMCA 공동 검토 결과가 사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가장 크게 본 변수는 원산지 규정이다. 자동차·부품 원산지 규정 강화가 27.9%로 가장 많았고, 철강·알루미늄 원산지 규정 강화가 20.9%, 기타 공산품 원산지 규정 강화가 9.3%로 뒤를 이었다.

대응 방안으로는 북미 역내 대체 공급망 구축을 검토한다는 응답이 41.9%로 가장 많았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신규 공급자로 진입하겠다는 응답은 32.6%, 미국 내 신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27.9%였다. 규제 변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공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윤식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USMCA는 북미 산업 공급망의 핵심 기반인 만큼 협정 자체가 종료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공동 검토 장기화에 따른 현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하며, “원산지·공급망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이 우려되나, 대체 공급자로 진입할 기회도 확대될 수 있어 제품별 원산지와 공급망을 점검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