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식 산림청장, 제6차 APEC 산림장관회서 산림정책의 성과와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

박은식 산림청장.
박은식 산림청장.

산불은 더 이상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이제 숲의 지도를 바꾸고 우리의 삶까지 뒤흔들고 있다. 지금 세계는 극한 폭염과 가뭄, 대형 산불, 되돌리기 어려운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미증유의 복합위기 앞에 서 있다. 이들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국경 안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숲의 위기는 곧 인류 공동의 위기이며, 그 해법 또한 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7월 27일부터 이틀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제6차 APEC 산림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산림재난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맞서 숲을 어떻게 보전하고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협력의 장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21개 회원국 대표단은 ‘녹색 아시아·태평양과 모두를 위한 생태적 복지 실현’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산림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방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 정부대표로 참석해 우리 산림정책의 성과와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했다.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자연의 탄소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수자원을 보전하는 생명의 기반이다. 동시에 지역사회의 생계와 경제를 떠받치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숲을 지키는 일은 환경을 보전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산림장관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선언문은 과학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강화하고, 불법벌채를 근절하며, 합법적인 임산물 교역을 촉진하는 한편, 산림이 지닌 다양한 가치와 생태계 서비스를 극대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전 지구적 산림목표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반영한 제6차 산림기본계획을 보완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위성정보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산림관리체계를 구축해 산림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초국경적 산림재난 대응 역량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경험과 기술을 나누는 협력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세계가 주목하는 녹색 국토로 되살린 경험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산림복원 성공 사례가 됐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과 기후취약국의 산림복원과 산림재난 대응을 지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협력의 길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주목받은 의제는 자연기반해법의 핵심인 맹그로브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이었다. 맹그로브 숲은 일반 열대우림보다 최대 네 배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태풍과 해일로부터 연안을 보호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에서 훼손된 맹그로브 숲 330ha를 복원해 생태계 회복과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를 동시에 이끌어냈으며, 이 사업은 OECD 공공부문 혁신사례로 선정됐다. 산림복원이 환경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도시숲과 수변 생태계 복원도 중요한 의제로 논의됐다. 직접 둘러본 선전의 푸톈 맹그로브 생태공원과 다샤허 생태회랑은 도심 생태축과 수변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첨단도시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의 미래는 더 많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더 많은 숲과 녹지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우리나라도 기후대응 도시숲, 도시바람길숲, 자녀안심 그린숲 등을 통해 도시의 녹색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 40개 정원도시 조성을 추진하며 도시 공간을 지속가능한 생태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이러한 정책과 경험을 회원국들과 공유하며 도시와 숲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산림은 국경이라는 인위적인 경계로 나눌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자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겨울의 차가운 땅속에서도 숲이 묵묵히 봄을 준비하듯, 기후위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녹색 연대의 씨앗을 더욱 단단히 심고 키워야 한다. 산불의 연기와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지만, 협력의 힘 또한 국경을 넘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후위기는 어느 한 나라가 홀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숲을 함께 가꾸고, 경험과 기술을 함께 나눌 때 우리의 미래도 더욱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숲의 연대가 기후위기를 넘어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는 든든한 뿌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kwonh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