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경남 밀양에서 40년 가까이 지역 분만을 책임져 온 유일한 분만 의료기관이 결국 문을 닫는다. 전문의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한 데다 출생아 감소에 따른 만성 적자까지 겹치면서 지역 산모들은 다음 달부터 다른 지역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9일 밀양시에 따르면 지역 유일의 분만 의료기관인 제일병원이 오는 31일 진료를 마친 뒤 9월 1일 폐업한다.
제일병원은 그동안 70대 원장과 60대 산부인과 전문의 1명이 분만과 산부인과 진료를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원장 역시 고령으로 병원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인구 감소와 저출산도 경영난을 키웠다. 지난해 밀양 인구는 1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출산 건수 역시 꾸준히 감소했다. 과거 연간 400건 안팎이던 분만은 200건대로 줄었고,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07건, 108건에 그쳤다. 올해도 월평균 분만 건수는 8~9명 수준으로, 병원은 매달 약 1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부인과·내과·마취과·소아과 등 4개 진료과와 79병상을 갖춘 제일병원은 약 40년간 밀양 지역 분만 의료를 맡아왔다. 시는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해 2013년 시설·장비 확충 비용 10억원을 지원했고, 이후에도 매년 운영비 5억원을 지원해왔지만 결국 폐업을 막지는 못했다.
밀양시는 지역 유일의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지는 만큼 응급 분만 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보건소 등록 임산부를 대상으로 119 안심콜 사전 등록을 안내하고, 밀양소방서와 협력해 분만이 가능한 구급차 7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양산부산대학교병원과 협력해 중증·고위험 임산부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지난달 기준 보건소에 등록된 임산부 189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특히 임신 36주 이상 임산부는 월 2회 이상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제일병원이 위탁 운영해온 밀양 공공산후조리원의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시는 신규 수탁기관을 공모했으며 현재 지역 의료기관 1곳이 신청해 자격 심사와 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임산부와 신생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응급 대응 체계를 빈틈없이 운영하고 공공산후조리원도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건복지부 신규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도 적극 추진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지방 의료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24시간 분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과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지방의 분만 취약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역 의료 인력 확보와 분만 인프라 지원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ainb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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