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주식 지급안에 반발해 통합노조 출범
출범 닷새 만에 과반노조 목표치 10% 확보
노란봉투법으로 사측이 단체협약 위반하면 쟁의행위도 가능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측이 기존 합의와 달리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기존 노조와 별도로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가 만들어졌다.
사측이 기존 노사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바꿀 경우 법적 대응은 물론,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정되면 쟁의행위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투톱’에서 잇따라 성과 보상과 노조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노사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최근 사측이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들고나온 것에 반발해 통합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통합노조 설립추진위원회는 8일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기준 조합원은 약 1800명을 넘었다. 과반노조 지위 확보에 필요한 약 1만8000명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이닉스 통합노조는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측에 자문을 요청하는 등 향후 연대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청주노조에게 도움받은 바 있어 현재 큰 이슈들에 대한 성명을 같이 내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이 동시에 노조 문제에 직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전임직(이천·청주)과 기술사무직 등 기존 3개노조가 각각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는 복수노조 체제다.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대의원 투표로 결정해왔다. 지난해 노사는 기본급 1000%라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해마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현금 지급하는 안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사측이 성과급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내부 반발이 커졌다. 적자 발생 시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기존 노조가 사측 제안에 보다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직군과 사업장을 넘어 조합원을 하나로 묶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통합노조 추진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통합노조TF는 “장기 적용을 전제로 합의된 초과이익분배금(PS)을 주식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등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집단적 동의가 필요할 경우 적법한 절차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 “직군·지역을 넘어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과반노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며 “대의원 중심이 아닌 조합원이 동일한 투표권을 갖고 직접 결정하는 노조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에 종속되지 않는 100% 독립노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는 한국노총에, 기술사무직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통합노조TF는 위원장 및 집행부가 노조의 이름을 빌려 정치적 활동을 할 경우 즉시 탄핵할 수 있는 정치활동 금지 규약도 명시했다.
SK하이닉스 직원 사이에서는 노조가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통합노조TF는 협상 과정과 회의록을 당일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통합노조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약 1만8000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해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통합노조는 직접적인 교섭 참여가 어려울 경우에도 교섭 참관과 진행 상황 공개 요구, 구성원 의견 전달 등을 통해 올해 교섭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구성원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만약 사측이 지난해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 해석을 요청하거나 법원에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임금·성과급 등 단체협약상 합의가 명백히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도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돼, 관련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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