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대 분양…두 세대 합친 집 공시가 140억원

이정훈 전 빗썸 의장도 올해 82억원에 매입

“이정표에도 이름 남아”…20년째 유엔빌리지 상징

코번하우스에 거주하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왼쪽)과 과거 거주했던 배우 하지원(오른쪽) [네이버프로필·네이버 부동산]
코번하우스에 거주하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왼쪽)과 과거 거주했던 배우 하지원(오른쪽) [네이버프로필·네이버 부동산]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한강을 내려다보는 낮은 건물들이 이어진다. 수백 가구 대단지도,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 초고층 아파트도 아니다. 담장과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긴 단독주택과 몇 가구짜리 고급빌라들이 한강을 향해 층층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올해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비싼 공동주택이 오랜만에 재등장했다. 올해로 준공 20년을 맞은 7가구짜리 연립주택 ‘코번하우스’​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코번하우스 547.34㎡(이하 전용면적) 한 세대의 공시가격은 140억4000만원으로 전국 7위를 기록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곳 가운데 연립주택은 코번하우스가 유일하다. 바로 위인 한남더힐 244.75㎡가 160억원, 바로 아래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234.86㎡가 135억6000만원이다.

흥미로운 건 547.34㎡라는 면적이다. 코번하우스에는 애초 이런 크기의 집이 없었다.

법원 등기부등본과 건축물 관련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주택은 부재훈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기존 273.65㎡와 273.69㎡ 두 세대를 사들인 뒤 2025년 하나로 합친 집이다. 두 면적을 더하면 정확히 547.34㎡가 된다. 165평이 넘는 집 한 채가 만들어지면서 8가구였던 코번하우스도 현재 7가구가 됐다. 현재 공개된 부동산 정보에서도 코번하우스는 지상 3층, 1개동, 7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합병은 20년 가까이 된 코번하우스를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집’ 순위표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2026년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 [국토교통부 제공]
2026년 공시가격 상위 10위 공동주택. [국토교통부 제공]

20년 전에도 전국 3위…잊힐 만하면 최고가 순위 등장

코번하우스가 초고가 주택 순위에 등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이 주택은 준공 초기부터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급빌라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3길에 자리한 코번하우스는 2006년 9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지하 4층~지상 3층, 1개 동으로 지어졌으며 애초 8가구 규모였다. 기존 세대의 전용면적은 약 241㎡와 273㎡대로, 70~80평대 집들이 중심이다. 주차공간은 20대 규모다.

2006년 당시 분양가격부터 28억~33억원에 달했다. 2012년 당시 코번하우스의 시세는 이미 40억원 안팎으로 올라 있었다. 당시만 해도 30억원을 넘는 빌라 자체가 극소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일반적인 공동주택과는 다른 시장에 속했던 셈이다.

준공 이듬해인 2007년부터 가격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코번하우스의 공시가격은 23억3600만원으로 전국 연립주택 가운데 3위였다. 2008년에는 23억4400만원으로 5위였고, 2009년에도 같은 가격으로 연립주택 3위에 올랐다.

2010년에는 전용 273.7㎡의 공시가격이 25억3600만원을 기록하면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에 이어 전국 연립주택 2위로 뛰었다. 2011년에는 다시 25억4400만원으로 오르며 2위를 지켰다.

당시 초고가 연립주택 시장은 사실상 강남·서초의 독무대였다. 2008년 공시가격 상위 10개 연립주택 가운데 9개가 강남·서초에 몰려 있었는데, 강북에서 이름을 올린 유일한 주택이 한남동 코번하우스였다.

이후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 파르크한남 같은 대규모 최고급 공동주택이 잇따라 등장하고 청담동에도 PH129와 에테르노청담 등 새로운 초고가 주택이 들어서면서 국내 최고가 주택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그 사이 코번하우스는 ‘전국 공동주택 전체 톱10’에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연립주택만 놓고 보면 꾸준히 최고가권에 남아 있었다. 2016년 기준으로도 라테라스한남, 루시드하우스 등에 이어 연립주택 공시가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두 집이 하나로 합쳐졌다. 올해 공시가격 140억4000만원의 초대형 주택으로 평가되면서, 코번하우스는 준공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공동주택 전체 공시가격 톱10에 진입했다.

하지원부터 대기업 회장, 코인 거래소 의장, 게임 ‘리니지’ 개발자까지

코번하우스의 또 다른 특징은 8가구에 불과했던 작은 건물의 역대 소유주 면면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코번하우스 초기 수분양자 중 한 명이다. 현재도 구 회장이 코번하우스 한 세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하지원(본명 전해림)​도 이곳과 인연이 있다. 하지원은 2007년 3월 코번하우스 한 세대를 약 30억원에 매입했고 2009년 12월 38억원에 매도했다.

한국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개발자 송재경도 코번하우스 수분양자였다. 송 개발자는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등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초기 대표작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올해에는 이 집이 다시 한번 손바뀜됐다.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은 지난 5월 7일 송 개발자가 보유하던 코번하우스 한 세대를 82억원에 매입했다. 6월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으며 등기부에는 이 전 의장 명의의 신규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액 현금 매입 가능성이 크다.

부 부회장은 한 번에 두 집을 산 것도 아니다. 2013년 코번하우스 273.65㎡를 46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30억원 이상 고가 공동주택 거래를 등기부와 함께 분석한 자료에서도 그의 매입 사실이 확인된다. 이후 2018년 7월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사장이 2013년 49억원에 매입했던 273.69㎡ 한 채를 60억원에 추가 매입했고, 두 집을 보유하다 지난해 하나로 합쳤다.

고작 몇 가구밖에 없는 한 건물에서 40억~50억원대 거래가 잇따랐던 셈이다.

유엔빌리지 최고의 장점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죠. 마을 초입에는 자치회가 운영하는 공동 경비가 배치됐고 개별 고급빌라에도 자체 경비 인력이 상주해왔습니다

용산구 한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1956년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외인주택…유엔빌리지의 탄생

코번하우스의 가격을 단지 건물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그 집이 유엔빌리지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시작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오늘날 국내 최고 자산가들이 사는 곳이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 외국인을 위한 주거단지 조성 정책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용산에는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 미8군을 비롯해 각종 국제기관 관계자가 모여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가족이 생활할 만한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유엔군과 외교·경제 관련 외국인들이 가족을 일본에 두고 주말마다 오가는 일까지 생기자 정부가 외인주택 공급에 나섰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6년 국무회의에서 외인주택 단지를 신속하게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남동·이태원·이촌동 등에 외국인 주택이 들어섰고, 한남동 1번지와 11번지 일대에 형성된 주거지가 오늘날 유엔빌리지의 뿌리가 됐다.

1950년대 말 외국인 기술자와 외교관 등을 위한 주거지가 들어선 뒤 이곳에는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국내 대기업 총수와 고위 인사들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유엔빌리지는 ‘외국인 마을’에서 국내 대표 부촌으로 변모했다.

한남동 독서당로에서 한강 쪽 언덕으로 들어서면 도로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가팔라진다. 언덕 아래로는 한강이 펼쳐지고 뒤쪽에는 남산이 버티고 있다. 대로변에서 안쪽으로 한 겹 들어가 있어 통과 차량도 많지 않다. 집들이 언덕의 경사를 따라 계단처럼 놓여 있어 한강 쪽 전면부 주택 상당수가 조망을 확보한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이 우연히 지나갈 일이 거의 없는 구조다.

고급주택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이상민 킹스리얼티 대표는 “코번하우스는 2000년대 초반 고급주택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부터 유엔빌리지에 자리한 상징적인 단지”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최고가 주택의 자리는 신축 단지들에 내줬지만, 유엔빌리지 내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길 이정표에 ‘코번하우스’ 방면이 별도로 표시될 정도로 여전히 대표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qu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