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을 흔히 나침반에 비견하곤 한다. 항공기와 선박이 나침반을 기준 삼아 항로를 설정하듯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체화한 정책에 맞춰 국민은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을 살고, 기업은 미래를 계획하며 현재를 꾸려간다. 나침반이 흔들리면 항공기나 선박이 항로를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정부 정책이 흔들리면 국민과 기업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호’의 나침반인 정부 정책이 최근 잦은 변경과 수정으로 혼선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현 정부 출범 1년 즈음에 이뤄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증시 상장 허용이었다. 그런데 장밋빛 청사진과 함께 도입된 레버리지 상품은 얼마 못 가 급등락 ‘롤러코스피’의 주원인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당장 야권은 졸속과 날림의 위험천만한 상품으로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범진보진영 내에서조차 관치금융의 실패라는 혹평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과 기본예탁금 상향 등 보완에 나서야 했다.

비근한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정부가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에 초점을 맞춰 정상화를 내걸며 제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일례다.

정부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겨냥해 전반적인 세제구조를 실거주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민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 안에서도 “이대로 가면 ‘폭망’”이라는 경고가 공공연히 나왔다. 이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불가피한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후속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선의로 내놓았지만 시장과 투자자의 반발에 부딪혀 재검토에 들어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유사한 경우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고, 여론을 반영한 변경과 수정을 통해 정책을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되는 것 때문에 정책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것은 낡은 과거의 방식”이라며 “합리적 안을 수용했다고 해서 일관성이 없다거나, 오락가락한다거나, 누더기를 만들었다고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언급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면 국정혼선을 너머 국민의 전반적인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 주택 정책과 관련된 여당 의원의 ‘버스 하우스’ 제안과 정부의 ‘욕실 고시원’ 검토 이후 온라인상에 넘쳐난 밈들은 정부여당을 향한 풍자를 넘어 조롱을 담고 있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 비판과 반발에 부딪혀 이를 변경·수정·보완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이 정책을 일일이 따져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전에 정부가 보다 밀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정교하게 다듬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통령의 “정책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야지, 거꾸로 국민의 삶을 기성제도에 억지로 꿰맞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국무회의 발언을 곱씹어본다.

신대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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